생선회 논문만 31편 쓴 ’’회 박사’’ 교수 - 부경대 조영제 교수“사시미가 아니라 생선회입니다” 
식품생명공학부 조영제 교수. 부경대 식품공학과 조영제(53) 교수는 ‘생선회 박사’로 유명하다. 10여년 이상 생선회 연구에 진력해 생선회에 관한 한 자타가 공인하는 국내 최고 권위자다. 생선회 관련 연구만으로 31편의 논문을 냈다. 박사 3명과 석사 8명이 조 교수의 지도 아래 생선회 관련 학위를 받았다. 조 교수가 이번에는 생선회에 관해 무심코 쓰고 있는 일본말 없애기에 나섰다. 올해로 광복 60주년을 맞았지만 아직도 우리 주변에 남아있는 일제의 잔재 중 생선회 용어를 개혁하자는 운동이다. 생선회 관련 일본말 16개를 우리말로 고쳐 사진과 함께 소개한 포스터 3000장을 만들어 부산과 경남 지역 횟집 등에 나눠주고 있다. 조 교수는 “생선회 분야에서는 일본의 연구가 앞서 ‘사시미’나 ‘스시’ 등이 국제용어로 통용되고 있지만 우리 민족의 자존심 회복을 위해 더 이상 이 땅에서만은 일본어 범람을 방치할 수 없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 포스터에 ‘사시미→생선회, 스시→초밥, 오도리→보리새우, 아지→전갱이, 이까→오징어, 스께다시→부요리, 와사비→고추냉이, 아나고→붕장어, 이시가리(표준어는 이시가레이)→돌가자미, 세꼬시→뼈째썰기, 사요리→학공치, 하모→갯장어, 다이→돔, 이시다이→돌돔, 마구로→참치’ 등 대표적인 일본말 16개를 우리말로 고쳐 실었다. 조 교수는 ’’생선회 육질을 향상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어종별로 회맛이 어떻게 다르나’ 등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한다. 이런 노력에 따라 ‘즉살(卽殺)활어의 저온저장에 의한 육질향상’ ‘전기자극을 이용한 생선회 육질향상’ ‘냉각해수를 이용한 활어의 대량수송법’ ‘생선회 육질향상기’ 등 생선회에 관해 그가 낸 특허만 4건이나 된다. “사방에 지천으로 널린 것이 횟집인데도 생선회에 대한 이론적 뒷받침이 전혀 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 안타까웠습니다.” 그는 생선회 육질에 관한 연구를 한 결과, 갓 잡아서 회를 쳤을 때보다 잡은 후 5~10시간 뒤가 가장 쫄깃하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생선을 잡아 0~5℃에 저온저장하면 육질이 더 좋아지고, 영하 12℃의 용액에 생선을 5분간 담가두면 비브리오 패혈증균 등 살균은 물론 육질도 향상된다는 점 등도 밝혀냈다. 그는 그래서 생선을 잡아 저온저장해 일정 시간 뒤에 먹는 선어회를 순수 우리말인 ‘싱싱회’로 이름 짓고 싱싱회 보급 운동에 나서고 있다. 요즘 대형 할인점 등의 식품코너에서 만나는 ‘싱싱회’는 그의 이런 지론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그는 “즉석 활어회가 무조건 맛있다는 잘못된 상식에서 벗어나면 생선회를 보다 위생적으로 즐길 수 있고 활어 수조차·수족관 등의 비용 감소로 값도 싸지면서 상품성이 획기적으로 향상된다”고 말했다. 이런 연구 결과물을 토대로 ‘생선회 100배 즐기기’ ‘생선회가 웰빙이다’ 등의 책을 발간했다. 또 생선회 맛의 비밀을 밝혀낸 그는 부산의 생선회를 세계적 상품으로 만드는 일에도 노력하고 있다. 그는 “우선 횟집 경영자 및 요리사들이 오랜 경험에만 의존하는 생선회 조리를 탈피하고, 업소경영·메뉴개발·직원교육 등에 과학적으로 접근, 횟집 운영방식도 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서 2000년 9월부터는 부경대 평생교육원에 생선회 전문가 과정을 개설해 올바른 생선회 식문화 보급에 앞장서고 있다. 2~4개월 과정의 ‘생선회 전문가 과정’을 개설하고 얼마 뒤 ‘생선회 발전연구소’도 문을 열었다. ‘생선회 전문가 과정’은 부산 지역 웬만한 횟집·일식집 사장·주방장들이 거쳐갔다. 전문가 과정 외에 생선회교실도 열었는데 전국 각지에서 ‘생선회론’을 배우기 위해 횟집주인들이 몰려들고 있다. “손은 흐르는 따뜻한 물에 액체비누로 20초 이상 씻어야 한다” “생선잡기, 포뜨기, 회썰기 등 단계별로 서로 다른 칼과 도마를 써야 한다”는 등 기본적인 것에서부터 생선회의 물리·화학적 특성, 생선회의 맛·영양 향상법 등 실무용 이론도 가르친다. “육질이 연한 방어·고등어는 두껍게 썰고, 복어·넙치처럼 육질이 단단한 생선은 나비가 날아가듯 얇게 썰어야 맛이 있다”는 등 기술적 측면도 중요하다. 그래서 2003년 1월에는 올바른 생선회 식문화 보급을 위해 사단법인 한국생선회협회를 설립했다. 생선회협회에는 이 대학 연구과정을 수료한 횟집 주인이 참여하고 있고 그는 초대 이사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생선회협회 본부는 부산에 두고 서울·경인·충청·호남 지역 등 전국에 지부를 설립했다. 생선회협회에선 관련업계 종사자에 대한 교육과 기술지도를 하고, 패혈증 예방을 위한 위생관리 시스템 개발 및 보급, 생선회 소비촉진 및 국제경쟁력 강화 연구, 싱싱회 보급을 위한 연구 및 홍보 활동 등을 벌이고 있다. 생선회 위생 수준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키는 노력도 그가 항상 강조하는 부분. 여름철마다 발생하는 비브리오 패혈증·식중독 등을 막아 생선회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자는 것. ‘식품위해 중점관리 시스템’(HACCP)을 생선회에 도입하고 활어반입·처리·생선회조리·음식내기 등 각 단계별로 위생기준을 정해 대응 매뉴얼을 만드는 것 등이 그 내용이다. 그는 “국내 생선회는 관련업소가 9만여개로, 산업 규모도 5조원에 이르고 있지만 그동안 체계적 연구가 미흡해 음식문화로 제대로 자리잡지 못했다”며 “생선회를 세계적 상품으로 만들려면 먼저 식문화를 확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박주영 기자/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