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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박민규다!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06-10-13
조회수 7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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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박민규다!
관리자 2006-10-13 7050

“하고 싶은 대로 그냥 달리는 거죠!”

- 인기작가 박민규 초청강연회 열려

- 국문과 학생회 주최 … 12일 영상세미나실

작가 박민규

▲작가 박민규ⓒ이성재 사진(홍보팀)


‘카스테라’의 작가 박민규가 왔다. 12일 오후 3시 대연캠퍼스 학술정보센터 2층 영상세미나실. 박민규 초청 강연회다.


여전히 그는 고글을 썼다. 그는 고글을 좋아한다고 했다. 고글을 수집하며, 여러 개 있다고 말했다. 오늘 쓴 거는 스위스 여행 때 벼룩시장에서 구한 것이란다. 1차 대전 때 전투 비행사들이 쓰던 거라고 했다. 도수? 없다. 뻥이란다. 그가 양쪽 시력이 2.0이라고 하자, 좌중에 웃음이 터졌다. 분위기가 조금 말랑말랑해졌다.

그는 초록색 반팔 티를 입고 있었는데, 가슴 부분에 큰 팬더 한 마리가 그려져 있었다.(그의 고글 때문에 누군가는 그가 팬더 같다는 생각을 했을 수도 있겠다.) 긴 머리를 뒤에서 묶었다.

오늘 그는 무슨 말을 할까? 평론가 백낙청 씨가 ‘한국문학의 보람’이라고 말한 젊은 작가, 부경대 국문과 학생들이 가장 만나고 싶은 작가로 꼽혀 오늘 이 자리에 온 소설가. 2003년 ‘지구영웅전설’로 제8회 문학동네 신인작가상,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으로 제8회 한겨레문학상을 받았고, 이어 ‘카스테라’, ‘핑퐁’ 등 발표하는 소설마다 주목 받는 작가가 바로 그다.

그의 입이 열렸다. 저음이었고 느렸다. 배철수 씨가 천천히 말하는 거와 흡사하다. 마흔을 앞둔 그는 34세 때 갑자기 소설이 쓰고 싶어졌다고 했다.(대학에서 시를 전공한 그는 해운회사, 광고회사, 잡지사 등을 거쳤다.) 직장을 그만 두고 3년 동안 가사를 하면서 글만 썼다고 한다. 그 때 장편 2편과 단편 30편을 썼다.

그는 “미친 듯이 쓰고 싶은 마음이 중요한 거 같다.”고 했다. 궁리를 하지 말고 달려라고 주문했다. 그는 “궁리는 갤러리가 하는 것.”이라면서, “자신이 왜 달리는지 모르고 달리는 사람, 그 느낌으로 달려야한다.”고 말했다.

글쓰기 비결은 ‘continue’에 있다고 강조했다. 밥 먹고 쓰고, 자고 일어나 고치고, 마음에 들 때까지 쓰고, 쉬다가 쓰고... 그는 “게임을 하다가 컨티뉴 하시겠습니까? 하고 물을 때 예스 버턴을 누르고 계속 하다보면 엔딩을 보는 거잖아요.”라고 말했다.

글쓰기에는 마음이 중요하다고 했다. 기분으로만 쓴 글은 고치고 또 고치게 되는 만큼 오래 갈 수 있는 마음을 가다듬는 일이 중요하다고 했다. 글 안 쓴다고 야단치는 사람도 없기 때문에 시간 관리, 에너지 관리를 스스로 잘 해야 한다고도 했다.

그는 한국문학에서 주류니 비주류니 하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했다. 지구촌에서 보면 우리는 다같이 비주류고 변방이며 언더그라운드라고 하면서. 그래서 유럽이나 미국이 할 수 없는 거, 클래식이 할 수 없는 거, 그들보다 다양하게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마치 재즈처럼.

말의 속도가 점점 빨라졌다. 불만 많은 소년처럼.(그는, 지금 글을 쓰고 있는 사람은 자기의 가슴 속에 죽지 않고 살아남아있는 반항적인 소년이라고 했다.)  

한국문학의 위기, 잘 온 거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위기는 기득권을 가진 사람의 위기이지, 창작의욕이 넘치고 실력 있는 사람에게는 기회라고 했다. 출판사들은 책이 안 팔리니까 좋은 작품을 구하려고 야단이다, 문단이니 중앙이니 하는 거 없어진지 오래 됐다고도 했다. 좋은 글, 독도에서 써도 구하러 올 것이라고 했다.

그는 “남들이 한 거 따라하지 말고,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가면 좋겠다.”고 했다. 그것이 ‘인디’의 힘이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는 자신의 글쓰기에 대해 “젊은 작가의 새로운 글쓰기가 아니다.”고 했다. 또 다른 장르일 뿐이라고 했다. 한국 문학의 다양성은 지금 시작일 뿐 이라고 했다. 정해져 있는 거, 그렇게 하지 말라는 거, 그런 것 신경 쓰지 말고, 하고 싶은 대로 달려가라고 했다. 그래야 세계 문학에 없는 거 나올 수 있는 거 아니냐면서.

 


목소리가 칼칼해졌다. “사람들은 앞으로 가버리는 인간을, 달리는 인간을 쳐다본다, 구경꾼은 그가 어디로 가는지  궁금해 한다, 그 궁금증을 일으키는 사람이 되어보라, 새로운 거 해보라, 아주 멋지고 근사한 일이다.”고 말했다.

 


강연이 끝났다. 무대에서 기념촬영을 위해 포즈를 취한 그가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이것은 도저히 기념촬영 포즈가 아니다. 이런 장면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구나, 느껴졌다.(가슴 속의 예의 그 반항 소년!)

 

강연장을 빠져나가는 뒷모습을 보니, 그가 입은 초록색 티의 뒷부분은 팬더 뒷모습이 디자인되어 있었다.(티 앞은 팬더 앞모습이었는데...)

직접 물어보지 않았지만 그는 팬더를 무척 좋아하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혹시 집에 팬더를 와글와글 키우고 있을 지도.

그러나 팬더를 좋아하기 때문에 커다란 팬더가 앞뒤로 새겨진 초록티를 입고, 팬더 같은 얼굴이 되기 위해 독특한 고글을 끼고 다니는 사람, 그 말고는 없을 것 같다.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직접 하는 거, 자신이 왜 달리는 지 궁리하지 않고 달리는 거, 그가 바로 박민규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때문에 세상 사람들이 이제 그를 금방 알아보게 된 것인지도 모른다. ’’어, 박민규다’’ 하면서.<부경투데이>

 

작가 박민규 초청강연회 장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