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티

 

부경투데이

  • 국립 부경대학교의 다양한 모습과 소식을 접하시면 부경대학교가 한번 더 가까워집니다.
작성자,작성일,첨부파일,조회수로 작성된 표
태안으로 가다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08-01-22
조회수 7545
작성자,작성일,첨부파일,조회수로 작성된 표
태안으로 가다
관리자 2008-01-22 7545

부경대생들이 태안봉사활동을 다녀왔다. 지난 12월 28, 29, 30일 3일간 공과대 학생회 주관으로 92명, 지난 1월 1, 2, 3일 3일간 총학생회 주관으로 90명이 다녀왔다. 이 가운데 디자인학부 공지훈 학생의 체험기를 소개한다.<부경투데이>

--------------------------------------------------------------------

 <태안봉사활동 체험기>

"기적은 우리 손으로 만드는 것"

- 생명의 감사함을 느꼈던 태안봉사활동

- 참된 경험 통해 보람, 감사함 등 많은 것 느껴

태안봉사활동 현장의 부경대생들 ▲태안봉사활동 현장의 부경대생들 

□ 글 / 공지훈(공업디자인·2003)

바빴던 2007년을 마무리하면서 대선이라는 큰 과제가 국민들에게 직면해 있었습니다. 다들 대선에 초점이 맞춰져있는 그 시간에 또 다른 이슈가 떠올랐습니다. ’’태안반도 기름 유출사건’’이 그것입니다. 태안의 곳곳이 온통 기름범벅이 된 매스컴의 기록들을 보면서 저도 저 현장에서 조그마한 보탬이 되고자 기말고사가 끝나길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모든 시험이 끝나고 ’’가야지, 가야지.’’ 생각만 하던 저에게 늦은 시간에 선배 전화 한통을 받았습니다. "시험 다 끝났제? 지금 바로 출발하자!" 그렇게 충동적으로 출발했습니다. 막상 현장의 상황이 어떤지 파악도 못하고 준비물도 아무것도 없이...

6시간이 넘는 초행길을 힘겹게 달려 도착한 태안의 모항. 유명한 만리포 해수욕장의 바로 옆에 위치한 곳입니다. 관광지가 아니라 사건발생 수일 후에도 방제작업은 전무한 상태였습니다. 해가 뜨지 않은 어두운 시간에 바라본 모항 해변의 곳곳은 시커먼 돌들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아, 서해는 남해와 달리 까만 돌들이 많구나~’’라고 생각하고 방제복과 장화가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는 상황본부로 발을 돌렸습니다. 아무런 준비물도 없던 저희에게 비록 봉사자들이 한번 쓰고 버리고 간 재활용품이지만 가뭄의 단비처럼 다가왔습니다. 평소에는 그렇게 지저분한 옷들을 입지도 못할 텐데 그곳의 뭔가 모를 분위기들이 그런 재활용품도 감사히 입게 만들었던 것 같습니다.

서서히 떠오르는 해와 함께 서서히 드러나는 태안의 상처들을 보고 그 자리에 주저앉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온통 시커먼 돌들은 원유가 덮어놓은 옷들이었습니다. 곳곳에 원유가 묻지 않은 돌들을 보며 그 전의 아름다운 자연을 짐작만 했습니다. 허리가 휘어 배에 닿을 듯한 연로하신 할머니는 기나긴 한숨을 내쉬며 기름 닦는 저희에게 연신 감사하다 외치셨습니다.

저렇게 연로하신 할머니까지 현장에 투입되는 이유는 바다가 바로 생계와 직면한 삶의 터이기에 거부할 수 없는 관계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열심히 닦았습니다. 닦고 또 닦다보면 점점 자신의 색을 찾아가는 돌을 보며 보람을 뛰어넘는 희열을 느끼곤 했습니다. 밤이면 시내까지 나가 찜질방에서 어설픈 잠을 청했지만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낮이면 기름방제작업과 배식봉사를 동시에 하면서 생각 없이 겉치레로 오는 많은 봉사자들이 눈에 거슬리고 많이 밉기도 했습니다. 이 모든 것이 우리 모두의 책임인 것에 많은 분들이 통감을 하면서 그렇게 4일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4일 동안 ’’돌은 닦아봐야’’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습니다. 땅 깊숙이 스며들은 타르덩어리들과 기름은 아직도 그대로 있습니다. ’’대한민국은 산유국이다.’’의 광고 카피가 생각나더군요. 파도 파도 계속 솟구치는 기름을 보면서 건장한 남성들이 해야 할 일은 돌 닦는 일들이 아니라 땅을 파는 일이라고 판단되었습니다.

다시 오리라 결심했던 1차의 봉사를 뒤로하고 후배들과 2차 봉사활동을 함께 했습니다. 2차 봉사는 단순히 돌 닦는 것이 아니라 삽과 양동이, 흡착포를 이용한 땅파기를 했는데 마침 그날이 물때가 가장 잘 맞는 시간이라 7시간동안 쉬지 않고 한자리에서 방제작업을 펼칠 수 있었습니다. 8명이서 반경 4m밖에 안되는 곳을 그 시간 안에 모두 되돌리기엔 역부족이었습니다.

파고 씻어내고 또 파고, 얼마나 반복했는지 모릅니다. 샘솟듯 떠오르는 기름을 보며 ‘이거 어떡하냐’며 눈물 흘리는 후배를 보면서 기적은 생길 거라고 얘기했습니다. 하지만 문득 마음속에는 겁이 납니다. 이렇게 많은 기름, 복구시킬 수 있을까, 정말 기적은 이뤄질까...

젊은 친구들이 멋지다며 곁에서 함께 응원해주시던 어느 아주머니의 말이 생각납니다. "학생, 기적은 우리 손으로 만드는 거다. 지금 이 모습 잊지만 말어."

일본은 수년동안 봉사자가 잊지 않고 기름유출 현장을 찾았다고 합니다. 우리 잊지 말았으면 합니다. 그리고 아직 태안을 가보시지 않은 분들은 생명을 찾기 힘든 해안에서 살아 꿈틀거리는 작은 고동을 보고도 생명의 감사함을 느낄 수 있는 참된 경험을 해보시길 권합니다.

 <이 기사는 부경대신문 2008년 1월21일자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함께 부경대생들이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는 현장 ▲주민들과 함께 부경대생들이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는 현장 함께 부경대생들이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는 현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