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래 칼럼은 부산일보 4월 12일자 31면 오피니언「CEO의 삶과 꿈」에 실린 부경대 김영섭 총장의 칼럼입니다.<편집자주>
‘평화의 나무’를 심으며
지난 식목일에 유엔평화공원에서 열린 부산 남구 5개 대학 환경캠페인 ’평화의 나무심기’ 행사에 참석했다.

△ 김영섭 총장. |
이날 행사에 모인 대학생은 3천여 명에 달했다. 화창한 봄날에 젊은이들은 평화를 주제로 나무를 심고 청소를 하고 물고기를 방류하는 소중한 시간을 가졌다.
남구는 전국에서도 유례가 드물게 대학이 5개나 있는 기초자치단체이다. 세계 유일의 유엔기념공원도 남구에 있다. 그런데도 대학생과 유엔기념공원을 잇는 프로그램이 전무하다시피 했다. 2009년에 들어와서야 부경대학교가 학생평화봉사단체인 ’유엔서포터즈’를 결성하면서 남구의 젊은이들과 유엔기념공원을 잇는 사업이 물꼬를 텄다. 젊은이들에게 평화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동시에 국제적인 감각과 능력을 함양하자는 뜻에서였다.
대학과 유엔기념공원의 연결
남구 지역의 대학과 유엔기념공원의 연결은 소중한 의미를 지닌다. 현재 유엔기념공원에는 6·25 전쟁 때 참전한 11개 국가 2천300명의 영령들이 잠들어 있다. 각자의 나라에서 푸른 꿈을 꾸던 젊은이들이 전쟁으로 풍전등화의 위기에 처한 우리 한국을 위해 달려와 용감하게 싸우다 장렬히 산화했다. 당시 그들은 지금 대학생 또래들이다. 그래서 유엔기념공원에서 봉사활동을 하는 대학생들은 평화를 위해 몸을 던진 영령들의 희생에 감사하는 마음이 더 특별할 것이다.
그런데 이 감사하는 마음으로 무엇을 해야 할까. 평화의 나무를 심고 빗돌을 닦는 봉사도 좋다. 하지만 그에 더하여 이 감사의 마음이 한국에 와 있는 외국인에 대한 존중과 배려로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하다. 부산에도 외국인들이 부쩍 늘었다. 거리에서도, 식당에서도, 도시철도를 타거나 버스를 타도 외국인을 쉽게 볼 수 있다. 필자가 봉직하는 부경대학교에도 외국인이 많다. 세계 60개국에서 1천여 명이 와서 공부하고 있다. 부산지역 대학에서는 외국인 학생이 가장 많은 학교이다. 그래서 과거에 비해 우리 내국인 학생들이 외국인 학생들과 접하는 기회가 잦아졌다.
다문화시대에 중요한 가치가 바로 존중과 배려의 문화라고 생각한다. 이는 달리 표현하면 ’공존’이 될 것이다. 우리나라에 온 외국인 중에는 경제수준이 낮은 개발도상국가에서 온 사람도 많다. 우리의 생활수준이 나아졌다고 해서 그들을 은근히 괄시하거나 대놓고 무시하는 행동을 해서 그들에게 고통을 주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지금 단지 그들 나라의 경제가 어려워 살림살이가 곤궁하다는 것 때문에 개발도상국가에서 온 유학생들을 얕잡아보는 것은 매우 어리석고 옳지 못한 일이다.
지금은 경제 사정이 어렵지만 과거에는 우리보다 훨씬 잘살았던 나라도 많다. 필리핀만 하더라도 1970년대까지 아시아의 경제 선도국가였고,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의 창설을 주도하기도 했다. 과거 가난했던 대한민국에 많은 나라가 도움의 손길을 보내왔다. 비록 지금은 못사는 형편이라도 과거에는 우리나라에 경제적으로 도움을 준 은인의 나라들도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외국인들과 함께 사는 ’공존’ 새겨야
특히 전란으로 큰 고통을 겪던 우리를 도와준 참전국의 은혜를 잊어서는 안 된다. 참전국 군인들은 목숨을 바쳐 우리를 도왔다. 그들의 희생을 잊지 않고 그 뜻을 더욱 가치 있게 하는 것 중의 하나는 다문화시대 외국인들과 더불어 함께 사는 공존을 위해 노력하는 일이다. 남구 지역 5개 대학이 식목일에 유엔평화공원에서 ’평화의 나무’를 심은 뜻도 거기에 있다. 그 나무는 ’평화의 나무’이자 ’공존의 나무’인 것이다.
6·25 때 참전한 국가를 되새겨 보자. 미국 영국 오스트레일리아 네덜란드 캐나다 프랑스 뉴질랜드 필리핀 터키 태국 남아프리카공화국 그리스 벨기에 룩셈부르크 에티오피아 콜롬비아 스웨덴 인도 덴마크 노르웨이 이탈리아. 이들 국가 가운데 단지 지금 우리보다 못산다고 그 후손들을 푸대접해서야 되겠는가? 다시 한 번 이 고마운 국가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머릿속에 기억하자.<부경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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