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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Interview 김성구 교수
작성자 대외협력과 작성일 2013-12-16
조회수 2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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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Interview 김성구 교수
대외협력과 2013-12-16 2857




△ 김성구 교수. ⓒ이성재 사진(홍보팀)
인공간(肝)이 뭐지? 부경대학교 생물공학과 김성구 교수(56세)가 인공간을 개발했다고? 

그렇다. 김 교수의 공동연구로 국내 최초로 개발된 인공간(Bioartificial liver)이 현재 삼성서울병원에서 환자들을 대상으로 임상실험 중에 있다.

인공간 개발은 2020년까지 삼성서울병원이 20개 분야의 세계 TOP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과제이기도 하다. 현재 개발된 생인공간 특허는 부경대학교 김성구 교수, 바이오기업인 라이프리버(주), 동국대학교 산학협력단, 삼성생명 공익재단이 공동으로 보유하고 있다.  

인공간이란 무엇일까?

간(肝)은 우리 인체의 소화관에 딸린 가장 큰 장기(臟器)다. 탄수화물을 저장하고 단백질이나 당의 대사를 조절하며 해독 작용을 한다.

현재 간이식 시술을 받으려는 환자의 수는 매년 증가하고 있으나 장기 기증자는 환자 수의 10%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당장 이식용 간이 필요한 환자에게는 기증자가 나타날 때까지 생명을 유지시키고, 간이식이 필요하지 않을 정도로 간이 손상된 일부 환자에게는 손상된 간을 회복시켜줄 수 있는 간 보조 장치의 개발이 시급한 실정이다.

바로 김성구 교수 등이 개발한 이 인공간은 간암 등으로 간 기능이 완전 소실된 환자가 간이식을 받을 수 있을 때까지 생존시키는 데 도움을 주는 인공 장기다. 특히 최근 유행하고 있는 A형 간염 등의 원인으로 급성 간 부전까지 악화된 환자의 경우 1주일 정도의 고비만 넘기면 다시 회복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인공간이 환자의 생명을 구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생명줄인 셈이다.

인공간의 구성과 원리는 무엇일까?

‘라이프리버(LifeLiverTM)’로 불리는 이 인공간은 국내 최초 체외 인공간 시스템이다. 돼지 간세포를 활용해 급성 간부전 환자 혈액을 정화시켜 생명을 연장시켜 주는 장치로 인공심폐장치처럼 외부에서 환자 몸에 연결해 사용한다.

급성 간부전증은 독성물질 복용이나 약물 과다복용 등으로 간 기능이 갑작스럽게 정지하는 질환을 말한다. 이처럼 간 기능이 마비되면 인체 독성물질이 해독되지 않을 뿐 아니라 혈액 내 암모니아 등 독성물질이 축적돼 혼수상태에 빠질 수 있고 심하면 사망할 수 있다.

인공간인 ‘라이프리버’는 크게 혈장분리기와 간세포 반응기로 구분돼 있다. 간세포반응기는 실질적으로 간 기능을 수행하는 부분이다. 무균돼지에서 분리된 간세포 구상체가 고농도로 고정화된 미세캡슐이 충전되어 있어서 환자 혈장 중의 독성 물질을 제거하고 환자에게 필요한 각종 인자를 분비하여 되돌려주는 핵심 부품이다.

간이 기능을 발휘하지 못해 노폐물이 쌓인 환자의 혈액이 혈장분리기를 통해 들어오면 돼지 간세포를 담고 있는 간세포 반응기에서 이 혈액 내 암모니아를 감소시키고 노폐물을 정화시킨다. 깨끗해진 혈액은 혈장분리기를 통해 환자의 신체로 다시 주입된다. ‘라이프리버’는 알부민처럼 간을 통해 나오는 신체 대사물질도 합성해 환자의 몸 상태를 유지시켜 준다.

신장이 나쁜 사람이 인공투석기로 혈액을 정화하는 것처럼 ‘라이프리버’도 혈액을 걸러 독성물질을 제거하는 것이다. 그런데 신장투석기가 이온교환물질 등을 투입하는 물리적인 방법을 이용하는 반면 ‘라이프리버’는 실제 동물의 간세포를 이용한다는 점이 다르다.

간 보조 장치의 국내 시장규모는 간이식 대기자 및 말기 간 부전 환자 등의 수를 감안하면 1,500억 원, 중국시장은 1조 5,000억 원 규모로 추정된다고 알려져 있다.

현재는 김성구 교수의 제자인 이지현 박사(생물공학전공 박사과정 2003년 졸업)가 김 교수의 뒤를 이어 ‘라이프리버’의 상용화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박사는 삼성서울병원의 삼성생명과학연구소 선임연구원이다. 바야흐로 부경대 학문의 힘이 인간의 신체 부품시대의 장을 열고 있는 것이다. 


△ 인공간 안내 그림.

김성구 교수는 처음 어떻게 이 연구에 참여하게된 것일까?

시작은 1997년이었다. 김 교수는 “당시 동국대 생명화학공학과 박정극 교수의 제안으로 시작됐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생물공학회 등 국내외 학회 활동으로 서로 친분이 있었다. 박 교수는 간세포 분리와 배양 연구 분야, 김 교수는 동물세포를 캡슐화하는 연구 분야에 국내 선두주자였다. 이렇게 김 교수와 박 교수가 공동으로 인공간 초기 개발을 진행했다. 이 연구에 2001년부터 라이프리버(주)와 간이식 분야 최고의 명의로 꼽히는 삼성서울병원 이석구 교수팀이 합류하여 실용화를 위한 연구를 진행해왔다. 그러니까 모범적인 산학협력, 학제간 협력 제품이 바로 ‘라이프리버’인 것이다.

김 교수는 “이 연구에 산업자원부 연구자금 및 한국연구재단 과제를 통해 지원이 이루어졌다.”고 말했다. 산업자원부 부품소재 기술개발사업의 하나였던 것이다.

그는 “무균돼지 간에서 간세포(hepatocyte)를 분리하여 간조직과 유사한 구조를 가지는 스페로이드(spheroid)로 배양한 후 칼슘 알지네이트젤에 포집하여 간 기능을 수행하는 장치를 개발한 것.”이라고 말했다. 핵심기술은 무균돼지 간세포 분리, 포집화, 혈액연결 등 3가지이다. 간세포 분리는 박정극 교수가, 포집화는 김성구 교수, 혈액연결은 라이프리버, 임상실험은 삼성서울병원이 각각 맡았다.


△ 이지현 동문.
지금의 ‘라이프리버’가 있기까지의 과정은 이렇다. 김 교수를 비롯한 삼성서울병원 연구팀은  2005년 3월 돼지 간세포를 이용한 인공간을 개발, 체중 70㎏의 돼지에게 이식해 1주일간 생존시키는데 성공했다. 2007년에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임상실험허가를 받았다. 2009년에는 인공간에 대한 전임상시험인 동물실험에 성공했다.

2010년 8월부터는 삼성서울병원에서 환자임상을 시작했다. 최근 2명의 환자에 대한 임상을 마치고 인공간 상용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재는 원료무균돼지는 옵티팜솔류션메디피그(천안)가 공급하고 간세포 분리와 제조공정은 삼성생명과학연구소의 실험동물연구센터와 무균제조실에서 진행한다.

이지현 박사는 “인공간의 안전성과 효능이 입증되면 간이식 대기 중 사망률을 현저히 낮추거나 간이식 성공률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김성구 교수는 미국 MIT(매사추세츠 공대)출신이다.

그는 고려대 학부과정과 석사를 거쳐 MIT에서 공학박사학위를 받았다. 생물공정공학이 그의 주력 연구분야다. 37세 때인 1994년 부경대 전신 부산수산대 교수로 임용됐다.

김 교수의 인공간 개발 참여는 그의 MIT 박사학위 논문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1992년 그의 박사학위 논문은 ‘동물세포 캡슐화를 위한 이중막의 공극도 조절’에 대한 연구다. 동물세포를 캡슐화하는 연구를 응용하여 간세포 조직을 포집하는 기술을 개발한 것이다.

그는 대뜸 “한동안 보스턴 근처에도 가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박사과정 6년과 박사후 과정까지 9년 동안 MIT에 있었는데 나의 삶에서 가장 힘든 시기였다.”고 돌이켰다. 매일 밤12시까지 실험에 매달려야했다고 한다. 졸업 후 MIT가 있는 보스턴 쪽은 쳐다보기도 싫었을 정도로 MIT시절은 그에게 최고의 고난기였다고 한다. 


△ 김성구 교수 연구실 앞에 걸린 학생들의 메시지. 김 교수의 깊은 제자사랑이 느껴진다.

그 때문일까? 그는 ‘엄한 교수님’으로 유명하다.

그는 “학생들에게 부드럽게 잘 해줘야지 생각해도 결국 호통을 치게 된다.”고 말했다. MIT에서 겪었던 힘든 일이 몸에 배여서인지 자신도 모르게 제자들을 엄격하게 교육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누구보다 엄격한 그의 교육스타일 탓에 그의 방(생물고분자공학연구실)에 석·박사 과정에 지원하려는 학생이 드물다. 그는 “학생들 사이에 ‘얼굴이 곱게 생긴 교수님이 성격은 완전 반대’라는 소문이 퍼져있다는 것을 잘 안다.”면서, “그래서 석·박사 학생들을 외부에서 수혈해 오고 있다.”라고 말했다. “공부하는 과정이 어렵다고 학생들이 도전조차 하려하지 않으면 되겠는가?”고 안타까워했다.

그렇게 외부에서 지원한 학생들이 그의 방에서 혹독한 훈련을 거쳐 석·박사 학위를 받고 정부 연구기관, 제약회사 연구진, 대학 교수 등으로 활약하고 있다.

그는 “그들은 소위 명문대 출신이 아니었다. 부산에서도 중간 정도 가는 대학을 나온 학생들이었다. 그들에게 이제 어깨에 힘 넣고 배짱으로 살아가라고 말해준다.”고 했다. 그는 “MIT 동기생들이 부산에서 교수 생활하는 나를 의아하게 쳐다보지만 나는 진정한 보람을 느끼고 있다. 평범한 삶으로 머물 수도 있었을 평범한 학생들을 ‘사람으로 만들어’ 사회의 리더로 내보냈는데 그보다 더한 보람이 어디 있겠는가?”하고 미소를 지었다.

김 교수는 지금까지 미생물 및 동물세포 발효에 대한 연구를 활발히 수행해왔다. 미생물 발효를 이용, 다양한 유용물질 생산 및 공정 최적화에 대한 연구를 수행, 국내 학술지에 40편의 논문을 발표했으며, 국외 학술지에도 124편의 논문을 발표하는 등 뛰어난 연구 성과를 잇달아 내놓았다.

아시아 지역의 생물공학 발전을 위한 국제협력에 기여한 공로로 2011년 한국화학공학회 주관 제17회 YABEC(Young Asian Biochemical Engineers’ Community)에서 아시아생물공학연합체(Asian Federation of Biotechnology) 공로상을 수상했다.

제14회 부경대학교 학술상(2010년), 부산의 해양생물산업 육성에 기여한 공로로 부산상공회의소 주관 제3회 부산사랑 우수 인재상(2009년)을 받았다. 2006년에는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의 농수산학부 정회원으로 선출됐다. 한국미생물생명공학회가 생명공학 발전을 이끈 연구자에게 주는 덕산학술상을 수상하기도 했다.(2004년)

수년 전 그에게 큰 병마가 찾아왔지만 그는 그 고난을 극복해냈다. 현재 거대 해조류를 활용한 해양바이오에너지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그동안 외롭게 험로를 헤쳐 나온 그가 우리에게 보여줄 또 다른 미지의 세계가 궁금해진다.<부경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