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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 가 보았더니
작성자 대외협력과 작성일 2014-07-03
조회수 4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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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 가 보았더니
대외협력과 2014-07-03 4163



그녀의 첫인상은 예뻤다. 하늘색과 바다색이 층을 이룬 치마에 상아색 재킷을 받쳐입고, 쭉 빠진 유선형의 몸매를 과시하며 바다를 배경으로 높은 대 위에 다소곳이 앉아 있었다. 부경대학교의 새 해양탐사선 ’나라호’였다. 그녀가 일반에 처음 공개된 순간이었다.

3일 오전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A지구 2탑재장에서 나라호 진수식이 열렸다. 진수식은 다 만들어진 배를 물에 띄우는 의식이다.

왜 거기 올라가 있지?


△ ’반목’ 위에 올라가 있는 나라호. ⓒ이성재 사진(홍보팀)

부경투데이의 눈길을 처음 당긴 것은 웅장한 나라호를 지지하고 있는 높은 받침대였다. 이 받침대는 전문용어로 ‘반목’이라 한다. 길이 70.70m, 폭 13.50m, 총톤수 1,500톤급의 거대한 나라호가 받침대 위에 살포시 앉아 있는 모습은 보는 이의 궁금증을 불러 일으켰다.

마침 옆에 있던 김동준 교수(조선해양시스템공학과)에게 물었다. 김 교수에 따르면, 이 반목 위에서 나라호의 용접 작업이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선박이 자리할 위치에 먼저 반목을 배치한다. 선박 바닥의 굴곡을 정밀하게 고려하여 높낮이를 맞추어 반복을 배치한다. 그 후 미리 제작한 선박 몸체 블록(나라호의 경우 25개 블록)을 선박의 가운데 부위부터 반목 위에 올리면서 블록끼리 용접을 하는 것이다.

이 배의 건조팀장인 한진중공업 조학선 상무에 따르면 반목을 완벽하게 배치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한다. 왜냐면, 선박 내부의 골격에 딱 맞추어 반목을 쌓아야하는데 이를 벗어나면 그 자리가 반목에 눌려서 움푹하게 들어가 버린다는 것이다!

특별한 프로펠러에 대하여



그 다음으로 시선이 간 곳은 선박 뒤쪽에 달린 프로펠러였다. 나라호에는 1,100kw급 아지무스 스타일 프로펠러 2기가 배 뒤쪽에, 그리고 450kw급 스러스트 1기가 배 측면에 달려 있었다.

김동준 교수 설명에 따르면, 나라호는 전기추진방식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이 특별한 프로펠러로 인해 매우 조용한 항해가 가능하다고 한다. ’승차감’이 좋다는 것. 이는 다른 배처럼 엔진에서 나온 기다란 축에 프로펠러가 연결되지 않아서 그만큼 진동이 없기 때문이다. 이 프로펠러 바로 위에 전기발전기가 있다. 물론 나라호는 다른 선박처럼 디젤이 아니라 전기발전이어서 전기로 간다. 그래서 해양오염을 줄이는 에코 선박이라는 점도 특징이다.

이 특별한 프로펠러가 있어 가능한 일이 또 있다. 바로 배가 그 자리에 멈추어 탐사작업을 할 수 있도록 하고, 게다가 제자리에서 360도 회전할 수 있다는 점이다. 보다 정밀하고 효율적인 해양탐사를 가능케 한다.

나라호 진수식의 주인공은 누구?


△ 문보라 학생.
이날 진수식 행사의 주인공은 물론 나라호이지만, 그 파트너는 따로 있다. 바로 진수자다. 진수자는 진수식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인물이다. 관례적으로 여성이 맡는다. 1964년 부경대 전신 부산수산대 실습선 백경호 진수식 때 당시 대통령 영부인 육영수 여사, 독도함 진수자도 당시 영부인 권양숙 여사가 각각 맡았다.

이날 나라호의 진수자는 부경대 여학생을 대표해 문보라 학생(생태공학과 4학년)이 맡았다. 문보라 학생의 역할은 진수줄을 절단하는 것. 단상에서 배 선수까지 연결된 밧줄(진수줄)을 금도끼로 끊는 것이다. 배의 성공적 건조, 안전운항을 기원하는 의미가 담겨있다. 문보라 학생이 금도끼를 내리치자 선수 부위를 가리고 있던 가림막이 펼쳐지면서 ‘나라호’라고 새겨진 선명이 처음으로 외부에 공개됐다.

왜 여성만 진수자가 될까? 이날 행사에 참석한 김형석 학생처장(해양생산시스템관리학부 교수)에 따르면, 험난한 바다를 달래기 위해 배의 성도 여성인 것처럼 안전운항을 기원하기 위한 것이라는 설, 선박을 만드는 일이 ‘출산’에 비유될 정도로 어려운 일이어서 여성이 맡는다는 설 등이 있다고 한다. 어느 설이든, 남자들만 득실거리고 커다란 철판이 가득한 험한 분위기의 조선소에 여성의 존재만으로도 행사장은 한층 부드러워졌다.^^


△ 문보라 학생(가운데)과 김영섭 총장(왼쪽) , 최성문 사장이 진수줄 절단식을 하고 있다. 문보라 학생이 손에 들고 있는 것이 금도끼다.

문보라 학생은 “진수자로 뽑힌 일은 평생 잊지 못할 영광.”이라며 활짝 웃었다. 그는 “진수줄을 끊으면서 앞으로 나라호를 타고 연구하실 교수님들과 후배들의 안전과 행운을 진심으로 기원했다.”고 말했다.

나라호 건조 총괄감독관 김정창 교수가 김영섭 총장으로부터 명명서를 받았다. 김 교수는 “나라호는 배 안에 와이파이가 설치되어 있어 개인 휴대폰으로 운항정보와 탐사 정보 등을 바로 확인할 수 있고 각종 연구장비도 최신식이어서 교수님들의 연구와 학생들의 탐사학습에 편의성과 효율성을 크게 높여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날 진수식을 주최한 한진중공업 최성문 사장은 “나라호는 6미터 파고에서도 생존이 가능하고 2.5미터 파고에서도 운항 및 탐사임무 수행이 가능할 정도로 뛰어난 복원성과 안정성, 내파성을 가진 선박으로 제작했다.”면서, “잠수지원정, 쇄빙연구선 등 수많은 특수선박을 건조한 경험과 기술을 바탕으로 최상의 품질과 성능을 보장하는 해양탐사선을 만들어 내년 3월 부경대로 인도하겠다.”고 밝혔다.

선주인 부경대 김영섭 총장은 “부경대는 70년을 넘게 해양 수산 과학 분야의 거점 대학으로 체계적인 교육과 연구를 종합적으로 수행해오면서 오늘날 자타가 공인하는 최고의 해양수산 특성화 교육시스템과 경쟁력을 가진 국립대학으로 성장 발전했다.”면서, “이렇게 되기까지 선배들의 남다른 열정과 모험정신이 있었다. 오늘 나라호 진수식을 맞아 다시 한 번 심기일전하여 해양과학기술의 메카로서 해양수산 과학 분야를 리드해나가는 연구와 인재양성에 더욱 매진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아, 그런데 아까 그 금도끼의 행방이 궁금하다. 

관례적으로 금도끼는 선주측에 인도된다. 이날 오찬장에서 한진중공업 최성문 사장이 누구나 갖고 싶어 했던 그 멋진 금토끼를 장영수 수산과학대학 학장에게 전달했다. 진수식 행사 마지막 장면에서 장 학장이 제일 행복한 사람이 됐다. 그는 “수산과학대학에서 보관하다가 나중에 대학 박물관에 기증하겠다.”며 금도끼를 흔들며 소년처럼 즐거워했다.<부경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