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 부경대학교

검색

커뮤니티

 

부경투데이

  • 국립 부경대학교의 다양한 모습과 소식을 접하시면 부경대학교가 한번 더 가까워집니다.
작성자,작성일,첨부파일,조회수로 작성된 표
인터뷰|김태완 교수
작성자 대외협력과 작성일 2015-01-28
조회수 1899
작성자,작성일,첨부파일,조회수로 작성된 표
인터뷰|김태완 교수
대외협력과 2015-01-28 1899

도마뱀은 어떻게 아무 장비(?)도 없이 벽을 타고 올라갈까? 게다가 보란 듯 한손으로(아니 한발로) 천정에 떡 하니 매달려 있을 수 있단 말인가?

보통 사람의 눈에는 도무지 소용없을 것처럼 보이는 이런 종류의 고민에 휩싸여 하루를 보내는 과학자들이 있다. 부경대학교 김태완 교수(40세·기계공학과)가 바로 그 중 한 사람이다. 요즘 가장 뜨는 학문분야, 자연모사공학을 연구하는 과학자다.


△ 김태완 교수. ⓒ사진 이성재(홍보팀)

그는 부경투데이 취재진과 만나자 마자 대뜸,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조각가의 한 사람인 오귀스트 로댕의 말을 소개했다.

‘자연은 결코 실패하지 않는다. 자연은 언제나 걸작을 만든다.’

자신이 평소 가장 좋아하는 말이란다. 그러니까 그 자연이 만들어낸 걸작, 그것을 공학적으로 활용하려는 학문이 바로 자연모사공학이다.

다시 도마뱀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만약 도마뱀의 벽 타기 비밀을 자연모사공학에서 밝혀내서 실용화한다면, 인간도 아무리 깎아지른 암벽일지라도 큰 어려움 없이 도마뱀처럼 슬금슬금 올라갈 날이 온다는 것 아닌가? 공상이 지나치다고?

기억하는가, 호주의 수영 영웅 이언 소프 선수를. 보통 수영선수들의 고민은 ‘어떻게 하면 더 작은 수영복을 입을 수 있을까?’였다. 물의 저항을 줄이기 위해서다. 그런데 그는 거꾸로 전신수영복을 입고 등장했다. 최초였다. 그는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 세계신기록을 3개나 갈아치우며 3관왕에 올랐다.

어떻게 그게 가능했을까? 김 교수는 “바로 상어 피부를 수영복에 베껴온 것.”이라고 말했다. 자연모사공학이다.

그는 “상어 표면에는 수없이 많은 작은 삼각형의 돌기들이 물의 흐름과 평행하게 정렬되어 있다.”면서, “이 돌기들은 물의 소용돌이가 피부에 직접 닿은 면적을 줄여주는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그래서 저항이 8%나 감소된다고 한다. 전신수영복도 상어 피부의 모양처럼 섬유 조직을 짠 것이라고 한다.

그러니 이제 도마뱀 이야기는 더욱 흥미진진해진다. 이 녀석의 벽 타기 기술에는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을까?

처음에 과학자들은 녀석의 발바닥에서 접착 성질이 있는 어떤 액체가 나오는지를 살폈다. 아니었다. 어떤 빨판 같은 잡는 힘이 있는지도 알아보았다. 아니었다. 아주 매끄러운 표면에도 녀석이 안전하게 붙어있을 정도였으니까. 정전기도 아니었다. 뚫어 뻥(Suction) 원리인가 해서 진공상태를 만들었더니 그 공간에서도 보란 듯 벽에 딱 붙어있었다고 한다.

지난 2000년 이 비밀은 미국 과학자에 의해 밝혀진다. 도마뱀의 발바닥에는 수억 개의 가느다란 섬모가 있었는데, 그 섬모들과 벽면 사이에 서로 끌어당기는 힘(인력)이 작용한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그 힘이 바로 반데르발스힘이다. 분자와 분자 사이에 작용하는 이 힘은 지구상의 가장 작은 인력이다.

여기에 김 교수는 한걸음 더 나아갔다. 그 작고 앙증맞은 도마뱀 발바닥을 더 미시적으로 관찰했다. (참고로 도마뱀은 4개의 발을 가지고 있고 각 발마다 다섯 개의 발가락이 있다.)

그는 도마뱀 발바닥에 있는 섬모의 다층구조가 응착력을 강화시켜준다는 사실을 시뮬레이션으로 규명했다.(2007년). 이를테면 섬모들은 Lamella라는 구조 위에 setae-branches-spatulae라는 다층구조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러한 다층구조가 거친 표면과의 응착능력을 강화시켜준다는 사실을 밝혀낸 것.

이어 김 교수는 도마뱀 발붙이의 주된 응착 메커니즘인 반데르발스힘 뿐 아니라 모세관힘 역시 부가적인 응착 메커니즘이라는 것을 규명할 수 있는 모델 시뮬레이션을 세계 최초로 제시하기도 했다.(2008년). 표면에 물분자층이 있다는 사실에 착안, 모세관힘을 밝혀낸 것. 나아가 김 교수는 도마뱀 발붙이 모사 응착시스템을 실제로 제작할 때 섬모의 직경이나 분포, 재료 등을 결정할 수 있는 가이드 맵을 제시하기도 하였다.

이처럼 도마뱀 발붙이에 대한 연구자로 국내에서 가장 독보적인 과학자가 김 교수다. 그 작은 도마뱀 발바닥을 하염없이 들여다보며 밤낮없이 씨름했을 그의 노고를 생각하니 놀라움과 함께 궁금증이 점점 증폭되었다.

그에 따르면, 도마뱀은 사람과 반대로 발가락 끝부터 뗀다고 한다. 그렇게 발바닥을 떼는 방식으로 살짝 들기만 하면(각도만 달리하면) 쉽게 표면에서 탈착된다고 한다. 놀랍게도 표면에 아무런 흔적도 남기도 않은 채.

이런 특성은 반도체 웨이퍼를 옮기는 기구제작에 활용될 수 있다. 반도체 표면에 아무런 상처도 남기지 않을 테니까. 진공상태에서도 성능이 뛰어나니까 우주공간에서 벽을 탈 수 있는 로봇도 생각할 수 있겠다. 산업용에서 생활용품 접착제에 이르기까지 그 응용이 상상하는 만큼 무궁무진하다.


△ 상어 표피의 돌기들.
김 교수는 3년 전부터 상어 표피에 관한 연구도 수행하고 있다. 앞서 전신수영복 사례로 소개한 상어 표피 형상의 특성을 분석하고 이를 공학적으로 응용하기 위한 모사 형상을 최적화하는 연구다.

그는 상어 표피 형상을 수치적으로 모델링하여 접촉/윤활 해석 및 wetting 시뮬레이션을 통해 상어 표피 형상의 특성을 분석했다. 실험적으로 상어 표피를 직접 몰딩한 제품(shark skin replica와 riblet pattern like shark skin)을 제작해 실제적인 공학적 응용을 시도했다.

그는 “이 연구를 통해 연료전지 분리판 내 채널시스템과 같은 마이크로/나노 유체채널의 표면 최적화를 통한 고효율 고청정 미세 채널 개발에 관한 연구가 가능할 것으로 생각된다.”면서, “고출력 전자칩의 냉각시스템, 초수성 박막코팅, 수상 레포츠 기구, 극저마찰 반도체 표면 등에도 적용시키는 가이드로 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요즘 볏잎에 꽂혀있다.”고 말했다. 물방울이 젖지 않고 흘러내리게 하는 볏잎 말이다. 그는 “연꽃잎에 물방울을 떨어뜨리면 미끄러지는 물방울이 어디로 갈지 알 수 없지만, 볏잎은 이를 제어할 수 있는 구조.”라면서, “이런 특징은 액적을 다양한 각도로 흘러내릴 수 있도록 제어하는 특별한 소재 개발에 단초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부산지역 대학에서 ‘자연모사공학’이라는 과목을 강의하는 유일한 교수다. 

자연모사공학 연구를 선도해 지난해 한국윤활학회로부터 올해의 학술상을 받기도 했다. 

도마뱀 발붙이 응착시뮬레이션에 대한 그의 논문은 국제저널(International Journal of Precision Engineering and Manufacturing)로부터 2010년부터 2년 동안 가장 많이 인용된 논문으로 선정되는 영예를 안기도 했다.

2008년 부경대에 부임한 그는 대학원 과정에서 <자연모사공학>, <Tribology>, <나노표면공학> 등을 강의하고 있다. 학부생들에게는 <창의설계>, <기계설계> 등을 강의하는데 <창의설계>에서 자연모사공학을 소개하고 있다.

그는 “우리는 자연으로부터 많은 것을 배워왔고 배우고 있다.”면서, “자연에 존재하는 생명체는 오랜 시간 동안 진화하면서 가장 최적화, 고효율화된 고도의 시스템이기 때문에 이러한 자연의 메커니즘을 공학적으로 이용하면 과학계에 새로운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부경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