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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탕보고서
작성자 대외협력과 작성일 2015-02-12
조회수 8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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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탕보고서
대외협력과 2015-02-12 8251

그가 그리면 무려 1만개의 댓글이 달린다. 요즘 최고의 웹툰 화제작 <여탕보고서> 말이다. 그 작가가 바로 부경대학교 동문이다.

’MILO’라는 필명으로 활동하는 박지수 씨(25세, rmann@naver.com)가 그다. 


△ 박지수 동문. ⓒ사진 이성재(홍보팀)
그는 부경대학교 패션디자인학과 09학번으로 지난 2014년 8월에 졸업했다. 지난달 30일 부경투데이 취재진이 그를 서울에서 만났다.

<여탕보고서>의 빅히트로 요즘 그는 말 그대로 뜨고 있다. 동아일보, 매일경제, 헤럴드경제 같은 매체에서 앞 다투어 그의 인터뷰를 실었을 정도다. 

‘금남의 공간 신비의 세계 여탕, 가본 자가 알려주는 그곳의 진실’이라는 부제를 달고 네이버 웹툰에 수요일과 금요일마다 올라오는 <여탕보고서>, 도대체 어떤 웹툰이기에?

10일 현재 28회까지 연재된 <여탕보고서> 시리즈 중에서 작가 스스로 가장 애착이 간다는 9회 <드라이기>편을 잠깐 보자.

이 에피소드는 “여탕에서는 드라이기에 동전 넣고 사용한다면서요?”라는 남성의 질문으로 시작된다.

여탕에는 100원을 넣으면 3분간 작동되는 드라이기가 있고, 이 짧은(!) 시간에 효율적으로 머리를 말리려는 여성들의 ‘분투’가 이어지고 있었다니.

①선풍기 앞에 자리를 잡고 선풍기를 강으로 맞춘다, ②스위치는 미리 ON으로 장전해둔다, ③100원을 투입구에 걸쳐놓고 마음의 준비를 한다, ③딸그랑 하는 순간, 선풍기 바람과 드라이기 바람을 이용해 격렬하게 말린다.^^

이런 여탕 속의 풍경이 재치 있는 입담과 특유의 그림체에 실려 전개되면서 독자들의 공감을 끌어낸다. 그런데 여기서 끝이 나면 부경대 동문 ’MILO’가 아니다.

남탕 드라이기 뒤에는 ‘드라이기로는 머리만 말리세요’라는 문구가 붙어있다는 어느 남성 독자의 제보가 이어지면서 이 에피소드는 전혀 다른 경지를 보여주면서 새로운 클라이맥스로 치닫는다. 어? 남성들은 드라이기로 대체 ’어디’를 말리기에? 더 궁금하시면 직접 웹툰을 보시라.

<여탕보고서>는 2014년 11월 4일 첫 회 ‘프롤로그’가 나간 이후 2015년 2월 10일 현재 모두 28가지 에피소드가 연재됐다. 목욕탕 커피, 여탕 속 남자어린이, 때타월 아동학대, 세신사, 자동 때밀이 기계, 비누, 바가지 레이스, 사우나 등이 소재로 등장했다. 작가의 날카로운 관찰력으로 포착해낸 여탕만의 디테일이 가득한 이런 에피소드들은 독자들을 포복절도하게 만들고 있다.

여성의 누드(목욕탕이니까 당연!)를 전혀 야하지 않고, 오히려 귀엽게 표현해내는 그의 그림체도 반응이 좋다. 처음에 그는 나체에 살색을 칠하거나 모자이크도 해봤는데 더 야하게 느껴지더라고 했다. 그래서 색도 빼고 선도 최대한 단순하게 해 몸의 형태만 남기는 식으로 그렸다고 한다.

서울에서 그를 처음 보았을 때, 그의 웹툰에서 막 튀어나온 주인공을 만나는 기분이었다. 둥그런 외모와 툭툭 잽을 던지듯 하는 덤덤한 말투가 그랬다.

<여탕보고서> 인기 비결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고 물었더니, 그는 “독자층이 넓은 소재여서 그런 거 같다.”고 말했다. 수많은 만화 중에서 어째서 아직 여탕에 대한 이야기가 없었던 것일까? 기발한 소재로 틈새시장을 파고든 그의 전략은 적중했다. 여탕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그렸으니 여성들의 공감은 물론 ‘금남의 공간’에 대한 남성들의 관심은 가히 폭발적이었던 것.

패션디자인이 전공인 그는 대학 3학년 때까지만 해도 졸업하면 패션디자이너가 되리라 생각하고 있었단다. 그런 중 진로를 고민하다, 그는 웹툰의 세계로 전격 뛰어들었다.

그는 평소 취미삼아 만화를 즐겨 그렸다고 한다. 미술학원에서 강사로 일한 적도 있었다. 만화를 그리는 일이 가장 즐거웠다고 한다. 

생소한 세계로 과감하게 뛰어든 용기는 어디에서 났을까? 그는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고 싶었다.”면서, “겁이 나서 시작 안 하는데, 시작을 안 해서 못하는 거 아닐까요?”하고 반문했다. 그렇다. 시도하지 않으면 성공도 실패도 없다. 그는 “시험해 보는 거지요. 실패해도 다시 시도할 수 있으니까요. 젊으니까요.”라고 그 특유의 저음으로 말했다.

그래서 졸업하기 전에 네이버의 아마추어 작가 웹툰 경연장인 ‘도전만화’ 코너에 연재를 시작했다. 반응은 뜨거웠다. 연재 두어 달 만에 ‘베스트 도전만화’로 올랐고, 드디어 정식 연재 웹툰에 선정됐다. <여탕보고서>는 정식 연재되면서 요일별 웹툰 선두로 급부상했다. 이 ‘웃기고 재밌는’ 만화는 그를 단숨에 인기작가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현재 인천 강화도에 살고 있는 그는 부산 동래 출신이다. 동래는 온천이 유명한 곳이다. 아시아 최대 목욕탕으로 꼽히는 허심청을 비롯해 30여개의 온천탕이 있다. 그는 그곳에 다 가보았다고 한다. 최장 6시간 동안 목욕탕에 있은 적도 있다고 했다. 이런 경험은 여탕보고서의 자산이다. 

앞으로 계획은? 그는 “그려서 재밌는 만화를 그릴 것.”이라고 말했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며 신나게 달리고 있는 사람에게서 느껴지는 여유와 자유로움이 느껴졌다. 이제 주머니사정이 두둑해진 탓인지(?) 자신감도 넘쳐보였다.

부경대 어땠어요? 묻고 나니, 그것이 옛 애인에게 묻는 질문처럼 들려 스스로 많이 오글거렸다. 뭐, 어때. 우린 가족이니까. 그는 “국립대 와서 등록금 부담이 없었다. 장학금도 많이 받았다. 학교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우리는 서로의 일정 때문에 오래 함께 있지 못했다. 차도 한잔 함께하지 못했다. 일정에 쫓겨 급히 거리로 나와 카페에서 커피 한잔을 사서 들려 보내야 했다. 지하도로 바삐 내려서는 그의 뒷덜미로 늦은 오후의 햇살이 환하게 내리고 있었다. 뭔가 섭섭하다. 그래도 이해하겠지, 우리는 가족이니까.

날마다 전국의 수많은 독자들을 컴퓨터 앞으로 불러들여 웃기고 울리고 있는 우리의 마일로. 그는 앞으로 어떤 기상천외한 보고서들을 들고 우리 앞에 나타날까? 언제나 다음편이 기다려지는 마일로 파이팅^^<부경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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