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세권 교수를 만나다 | |||
| 작성자 | 대외협력과 | 작성일 | 2015-03-16 |
| 조회수 | 2779 | ||
| 김세권 교수를 만나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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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세권 교수가 누구인가? 그는 자타가 공인하는 해양생명과학분야 세계 최고 권위자다. 정부가 국내 최고 과학자 10명에게 주는 지식창조대상을 받았고, 그 10명 중에서도 연구 기여도 1위였다. 세계 최상위권(상위 1%) 피인용 논문 수(16편)도 선두(2위)였다. 이뿐인가? 세계적인 학술정보서비스기업인 톰슨 로이터가 선정한 ‘지난 10년간 논문이 가장 많이 인용된 한국인 과학자 16인’에도 랭크됐다. 부산지역 대학에서는 김 교수 뿐이었다. #. 취중에 국제학술대회에서 논문을 발표했다고? 이 말은 김 교수가 처음 고백하는 것이다. 30년도 더 된 이야기지만, 그는 어제 일처럼 생생히 기억하고 있었다. 30대 후반이던 그는 대만에서 열린 어느 국제학회에 처음 참석했는데, 영어발표의 긴장감을 이기려고 ‘음주 논문발표’를 했다는 것이다. “술에 약간 취하면 영어가 잘 되어서” 발표 30분 전에 몰래 위스키를 마셨다는 것. 당시 그는 국제학술대회가 열리기 한 달 전부터 심한 중압감에 시달렸다고 한다. 세계적으로 내로라하는 과학자들 앞에서 영어로 자기 논문을 발표해야하는 긴장감은 좀처럼 극복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그즈음 국제학술대회에 나갈 때면, 그는 독한 술이 든 위스키 샘플 병을 가방에 넣어 다녔다고 했다. 그러나 어느 날 급기야 사달이 생기고 말았다. 미국에서 열린 학회(IFT)의 초청발표에서 술기운을 빌어 중요한 논문 발표를 이어가던 순간, 갑자기 온몸이 떨리는 현상이 그를 덮쳤다고 한다. 그가 들이켰던 위스키에 어떤 문제가 있었던 것이다. 가까스로 발표는 마쳤지만 그는 방법을 바꾸리라 결심하고 실천했다. ‘나의 연구는 세계 최고다, 나의 연구는 누구보다 내가 제일 잘 아는데 무엇 때문에 긴장하나?’ 그 후로 그는 그 긴장감에서 벗어났다. #. 김 교수가 지금까지 발표한 논문은 600여 편에 달한다. 이 어마어마한 수치는 ‘음주 발표’ 에피소드 같은 수많은 난관을 극복하며 그가 순간순간 도전해온 열정의 소산일 것이다. 600여 편 중에는 SCI(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급 국제학술지에 발표한 SCI급만 400여 편에 달한다. 보통 SCI급 100편을 넘기기도 힘든 상황을 감안하면 정말 대단한 실적이 아닐 수 없다. ‘개교 이래 교수님만큼 업적 낸 사람이 없다.’ 이 말은 최근 김영섭 총장이 김 교수에게 한 멘트라고 한다. 김 교수는 마치 남의 사연을 소개하듯 이 멘트를 전해주었다. #. 내친김에 여기서 박근혜 대통령의 멘트도 덧붙이자. 박 대통령이 한나라당 대표 최고위원이던 2005년 2월 24일 부경대학교를 방문해 김 교수로부터 브리핑을 받았다. 해양생명공학산업에 대한 비전이 주제였다. 당시 김 교수는 해양바이오프로세스연구단 단장이었다. 그 발표를 듣고 난 후 박 대통령은 “아, 우리나라를 먹여 살릴 것이 있군요.”라고 말했다. 그리고 방명록에 이렇게 적었다. ‘부경대학교가 한국 해양바이오의 메카로 우리나라 미래 성장을 주도해 나가길 기대합니다.’
#. 그가 왜 영어로 책을 내는 걸까? 그는 2010년 「키틴, 키토산올리고당 및 그 유도체의 생리활성 및 응용」이라는 제목의 책을 영어로 처음 발간한 이래 1년에 4∼5권씩 영어로 책을 내왔다. 그가 지금까지 낸 책은 모두 60권에 달하는 데 영어로 된 책만 25권인 것이다. 그는 자연과학분야 세계 저명출판사인 CRC, Wiley, AP, Springer 같은 곳에서 책을 내고 있다. 이것은 그가 세계와 대화하는 방식인 듯했다.
그는 오는 5월에 2권 더 발간한다. 「Marine Omics」「Marine Glycobiology」가 그것이다. 내년 말쯤에는 더 굉장한 책이 나올 예정이다. 「Encyclopedia of Marine Biotechnology」. 아직 세상에 없는 해양생명공학 백과사전이다. 3권짜리 2,000페이지 분량이란다. 그는 필생의 연구 성과를 여기에 담을 예정이다. 이 같은 그만의 세상과의 특별한 소통방식은 그를 더욱 바쁘게 하는 요인이기도 하다. UN에서도 그를 국제학술대회장으로 불러내 그의 노하우를 세계적인 석학들과 공유할 것을 주문한다. 모로코와 알래스카 등지에서 열렸던 세계수산학술대회에는 UN FAO 추천으로 갔다 왔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저명한 국제 해양생명공학 관련 학술대회 초청으로 지금까지 30여 차례의 기조강연(Keynote)을 했다. 금년에도 지난 2월 홍콩을 시작으로 5월 태국 → 6월 페루 → 10월 포르투갈 등 뛰어야할 주요 국제초청 발표가 올해도 줄줄이 예약되어 있다. 해양생물로부터 식·의약 관련 생리활성물질의 탐색 개발 및 수산물의 고부가가치 활용방안 등이 주제다. #. 언젠가 우연히 그의 연구실 옆을 지나다가 듣게 되었다, 그의 고함소리를. 매우 화난 목소리였다. 보이지는 않았지만, 그의 앞에는 어느 대학원생이 서 있었을 것이다. 어떤 일로 그가 제자를 나무라는 중이었다. 그 추상같은 불호령은, 지나가던 인터뷰이의 가슴에도 오래 남았다. 그는 어떤 스승일까? 그에게 물었다. 제자들에게 어떤 스승으로 기억되고 있을까요? 그는 “학생들을 좀 ‘푸시’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연과학은 ‘죽기 아니면 살기’식으로 집중력을 갖고 부딪혀야한다고 학생들에게 강조한다.”고 밝혔다. 귀에 이어폰을 꼽고 음악을 들으며 공부하다니! 그의 연구실에서는 있을 수 없는 금기다. 무엇보다 그가 학생들에게 강조하는 것은 ‘가치 있는 논문을 써라’는 것이다. 이를 위해 영어실력은 기본이다. 논문이 가치가 있어야하며, 그것을 영어로 써야하며, 그것을 SCI급 국제학술지에 발표해야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그는 학생들에게 연구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등 전방위 지원을 한다. 지금도 그의 연구실에는 13명(외국인 7명 포함)의 석·박사과정의 학생들과 연구원(포스닥)들이 있다. 국내 학생들은 외국인들과 하루 종일 어울리다보니 영어도 빨리 는다. 국제학술대회에서 발표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해 외국에도 많이 보낸다. 최근 김 교수는 사비를 털어 발전기금 1,000만원을 대학본부에 기부했는데, 이도 연구원들에게 인건비를 주기 위한 것이었다. 미국에서 박사학위 받은 사람의 28%만이 대학 교수가 된다는 통계에 비추어 보면 김 교수 제자들의 교수 임용 실적은 놀라울 정도다. 그의 제자들은 교수뿐만 아니라 각종 연구기관이나 기업체의 연구원 등으로도 활발히 진출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생산된 수많은 연구 성과는 이 제자들의 피와 땀의 소산이기도 할 것이다. 그에게 고쳐 물었다. 어떤 스승이라 생각하는가? 그는 “언젠가 제자들과의 저녁식사 자리에서 ‘집념이 굉장히 강한 교수’로 제자들 사이에 인식되어 있다는 말을 들었다.”고 돌려 말했다. 그는 “그런데 교수가 집념을 갖고 열심히 하지 않으면 학생들이 죽는다. 학생들이 비전을 못가진다.”고 강조했다. 연구가 즐거운가? 그는 “연구는 매우 보람 있고 즐거운 과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집중력이 센 편이고, 4시간만 자도 끄떡없을 정도로 체력도 자신 있다.”면서, “이 두 가지가 그동안의 연구 원동력이었던 거 같다.”고 밝혔다. #. 그의 주된 연구 관심사는 해양 생물에는 인체에 유용한 어떤 물질이 있으며, 그것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추출해서 활용할 것인가이다.
그는 해조류 추출물로 미백, 주름개선, 아토피에 효능이 있는 기능성 화장품 소재를 개발했고, 발모 효과가 있는 기능성 육모향장 제품 및 수면개선 소재를 개발해 기업에 기술을 이전하는 등 해양생물유래 고부가가치의 상품을 잇달아 개발해냈다. 수많은 연구 중에서 김 교수 스스로 최고로 생각하는 연구는 무엇일까? 그는 “분자량 크기에 따라 키토산 올리고당의 생리 기능성이 달라진다는 사실을 처음 발견한 것.”이라고 꼽았다. 수산폐기물인 게 껍질을 활용, 고부가가치 생리기능성 물질인 키토산 올리고당을 분자량 크기별로 대량 생산할 수 있는 공정을 세계 최초로 개발한 것. 어느 정도 크기로 하면 항암효과가 있고 어느 정도 크기에서는 항산화효과, 항노화 효과가 있는지에 대한 발견이다. 그는 이 기술을 기업에 이전했고, 국산신기술인정(KS)을 받았고, 산학협동 대상을 받았다.
#. 세계 최고 해양생명과학자인 그의 ‘건강 장수 TIP’은 무얼까? 그는 “해조류를 많이 먹어야한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무엇? 그는 “미역과 다시마.”라고 답했다. 이것이 좋은 이유는? 그는 “해조류는 섬유질이 풍부할 뿐만 아니라 미네랄과 같은 여러 가지 생체기능성 물질을 함유하고 있다.”면서, “미역과 다시마에 들어있는 후코이단이 항암작용은 물론이고 면역력 강화 및 항산화 작용에 탁월한 효과를 가진다.”고 말했다. 또 그는 “노화도 대사반응이 느려지는 상태.”라면서 “다량의 칼슘과 미네랄이 많은 해양생물을 평상시 자주 섭취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그는 “수산물을 안 먹는 사람은 수산물을 먹는 사람에 비해 고혈압은 2배, 암은 3배 가까이 발병률이 높아 사망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면서, “이는 일본에서 17년 동안 사망자 30만 명을 대상으로 역학조사를 벌인 결과.”라고 소개했다. 당장 식단에 미역과 다시마를 올리자. 그건 그리 어렵지도 않지 않은가?
그는 “해양생물 자원을 이용한 한약재 소재개발, 천연물 신약개발에 여생을 걸고 싶다.”고 했다. 그는 “해양생물 자원을 이용하려면 원료 확보가 우선인데 현재 대량 생산되어 산업적으로 활용되고 있는 품종이 별로 없다.”면서, “그래서 양식기술 개발이 최우선과제라는 사실을 정책 입안자들이 직시해야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우리는 현재 해양생물자원의 10% 정도를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만큼 해양생명공학의 미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해양생명공학은 해양생물학, 해양화학, 수산학 등 전통적 학문뿐만 아니라 분자생물학, 면역학, 생화학, 약학, 생물공학, 유전체학, 단백질체학, 대사체학, 생물정보학 등 다양한 첨단기법이 활용되어야 하는 다학제적 특성을 지니고 있다. 그는 “국내 연구자들 간에 활발한 협력을 통해 한국이 세계 최고 수준의 해양생명공학 기술을 가진 국가가 되는 것이 바람.”이라고 말했다. 그가 어느 칼럼에 쓴 ‘학자의 의무’를 인용하며 긴 인터뷰를 마무리한다. 1. 학생을 잘 가르쳐야하고, 2. 창의적인 연구를 수행해야하며, 3. 연구결과가 인류에 도움이 되어야한다.<부경투데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