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춘이라면 누구나 한번 가보고 싶어 하는 곳, 남극은 어떤 곳일까? 가장 춥고 혹독한 극지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
부경대학교 대학원생이 남극 장보고과학기지 2차 월동연구대원으로 선발돼 1년 간(2014.11.20∼2015.12.7) 남극에 머물며 기지 운영과 연구 활동을 끝내고 최근 귀국했다.
그 주인공은 부경대학교 지구환경과학과 지구물리연구실에서 강태섭 교수 지도로 석사과정을 밟고 있는 공창환 씨(지구환경과학전공).
그는 이번 2차 월동연구대원 16명 중 지구물리대원으로 장보고과학기지의 지구물리 연구장비 운영과 자료분석 임무를 수행했다. 그가 부경투데이의 요청(박맹언 전 총장님의 제보^^)으로 보내온 1년 동안의 남극 체류기와 생생한 현장 사진을 공개한다.

△ 남극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있는 공창환 씨.
17일 만에 남극에 도착하다
대학 4학년 때부터 남극에서 월동생활을 하며 연구 활동을 해보는 것이 꿈이었다. 가장 춥고 혹독한 극지에서의 생활과 연구를 꿈꾸었는데, 월동연구대원으로 선발돼 신기하고 기뻤다.
2014년 11월 20일 인천공항을 떠나 뉴질랜드를 거쳐 쇄빙연구선 아라온호를 열흘간 타고 12월 7일 남위 73도, 동남극 테라노바만에 위치한 남극 장보고과학기지에 도착했다.
남극은 11월초부터 3월초까지 백야이며 가장 따뜻한 ‘여름’이다. 그래서 연구활동도 활발해 기지가 가장 바쁘게 돌아가는 시기였다. 장보고과학기지가 개소한 지 2년 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 2차 월동연구대는 각종 연구 장비를 세팅하여 상시 관측 연구를 정상화하고 하계현장연구를 최우선적으로 지원하여 연구활동 기반을 닦는데 주력했다.

△ 장보고과학기지 앞에 선 공창환 씨.
기지 앞 해빙 두께는 2.5m
월동대(Overwintering Team)는 말 그대로 남극에서 겨울을 보내며, 기지를 상시 운영하는 팀이다. 기지 도착 후 첫 업무는 아라온호로 싣고 온 유류 및 보급품 하역이었다. 12월 초의 기지 앞 해빙의 두께는 약 2.5m가 넘는다. 아라온호가 쇄빙을 통해 기지 앞 1km까지 접근하여 하역을 시작했다. 우리 2차 월동연구대는 도착 후 3개월 동안 기지 운영을 하면서 공사 및 하계연구지원을 하느라 정신없이 보냈다.
3월초 마지막으로 아라온호가 남극을 떠나면 대장을 포함한 월동대원 16명만 남는다. 각 분야의 전문가들로 꾸려진 대원들은 최선을 다해 자신의 분야에서 일한다. 기지에서 사용되는 연구 장비 유지보수와 데이터 수집 및 처리는 물론 각종 공동작업과 비상 작업도 자주 생긴다. 그래도 따로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이 많다.

△ 공창환 씨가 지진계 유지보수를 하고 있다.
남극 지질 연구라는 멋진 경험
만년빙으로 덮여 있는 남극의 지구물리연구는 매우 중요하다. 장보고과학기지의 준공으로 다양한 빙권 요소들과 멜버른 화산 등을 접근할 수 있어 남극대륙에서의 본격적인 지구물리연구를 할 수 있게 됐다.
장보고과학기지가 위치한 동남극 빅토리아랜드 인근은 독특한 지진활동과 지구물리적 연구는 충분히 이루어져 있지 않아 많은 연구 장비를 설치해 운용했다. 남극 3대 활화산인 멜버른 화산의 활동으로 미소지진활동과 기지 인근 빙하의 움직임으로 생기는 빙진(Icequake)과 빙하속도를 관측하기 위해 지진계, GPS, AMIGOS(Automated Meteorology Ice Geophysics Observation Station) 등의 장비를 이용했다.

△ AMIGSO 타워를 설치하고 있는 대원들.
AMIGOS는 빙하, 빙설과 대기, 해양, 지구물리학적 요소들과의 상호작용을 관측하는 장비다. 빙하 위에 설치된 GPS를 통해 연속적인 빙하의 움직임과 이동 메커니즘을 알아내고 지체구조 특성연구를 수행했다. 또한 기지 근처의 지체구조, 캠벨빙하의 거동분석, 멜버른화산의 활동과 미소지진의 특성을 연구하기 위해 기지 인근에 광대역 지진계를 설치했다. 지진계 센서는 남-북, 동-서, 상-하 3성분을 관측할 수 있으며, 사용된 센서는 Compact 센서로 중량이 가벼워 지진탐사에 많이 사용된다. 남극의 지질과 조구조환경 및 지진발생에 관한 공부도 심도 있게 해볼 수 있는 기회였다. 또한 아직 알려지지 않은 남극 대륙 내 미답사지에 대한 지구물리탐사를 헬기를 이용하여 탐사하기도 했다.

△ 남극 상공의 오로라.
버킷 리스트 오로라 구경
세종과학기지와 차이점이 있다면 장보고기지는 위도가 더 높고, 극야와 백야가 100일씩 존재한다는 점이다. 극단적인 자연환경 변화가 심하지만 소소한 행복도 있다. 바로 오로라 관측이다. 극야 시기인 5∼8월까지 사방이 어둠 속에 가득 차고 달과 별만 존재한다. 24시간 펼쳐지는 밤에 오로라가 하늘을 뒤덮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오로라는 양 극지방 고위도에서 관측이 가능하다.
장보고과학기지는 오로라 타원체 부근에 위치하고 있어 오로라를 관측하기에 좋다. 직접 오로라를 보게 되면 사진처럼 선명하진 않고 구름처럼 희미하게 보이며 커튼이 휘날리는 모습이 간간히 관측되곤 한다.
DSLR 카메라 촬영이 취미여서 Canon 6D 카메라 두 대를 이용하여 많은 양의 오로라 사진과 많은 남극에서만 볼 수 있는 자연환경, 풍경사진을 기록할 수 있었다. 덕분에 극지연구소와 부산 국제신문 극지사진전에서 우수상과 장려상을 받기도 했다.

△ 오로라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있는 공창환 씨.

블리자드를 만나다
남극에 있다는 것이 특히 실감날 때는 바로 블리자드(blizzard: 심한 추위와 거센 눈보라를 동반한 찬바람)를 처음 봤을 때다. 기지 북서쪽에 위치한 브라우닝 산으로부터 큰 눈보라가 일면서 내려온다. 바로 갑작스럽게 불어오는 카타바틱 윈드(Catabatic Wind), 활강풍이다. 그 광경을 보니 ‘아, 진짜 여기가 남극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밖에서 작업을 하다보면 무전이 온다. “활강풍이 불어오니 기지로 복귀바랍니다.” 저 멀리 떨어진 꼭대기에서 불어오는 활강풍은 속도가 엄청나게 빨라 5분이면 기지에 다다른다. 보통 큰 눈보라를 동반하며 불어오는 활강풍은 약 20m/s이상이다. 최고풍속은 측정 기록값은 40m/s. 바람에 의해 기지가 엄청 흔들리게 되는데, 건물 꼭대기인 4층 통신관제실에 있으면 그 진동이 더 잘 느껴졌다.
인터넷 강국 한국 실감
장보고과학기지에서는 카톡, 페이스북, 페이스타임과 같은 화상전화도 무리 없이 이용할 수 있다. 인공위성을 이용한 인터넷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또한 KT 휴대폰 전화사용도 할 수 있다. 위성 중계기를 기지에 설치하여 위성을 경유해 광대역 LTE센터인 금산위성센터와 기지가 연결이 가능하다. 그래서 국내요금제로 전화통화를 할 수 있다.
업무는 주로 이메일이나 연구소 전화를 이용한다. 장보고과학기지는 한국보다 4시간 빠르기 때문에 시간을 잘 생각해서 연락을 해야 한다. 카톡 등으로 수시로 부모님과 누나랑 연락하여 안부를 물을 수 있었다.
가족 같은 월동대원들
우리 월동대의 강천윤 대장님은 아버지같이 또는 친구같이 일 년 동안 월동생활을 이끌어주셨다. 장보고기는 세종기지와 달리 극야와 영하 30도 이하의 자연환경 때문에 외부활동이 자제된다. 그래서 기지 내부 생활이 주를 이룬다. 그 안에서 김원준 총무님은 각종 이벤트를 만들어 주셔서 지루할 틈 없이 즐거웠다.
동갑내기들은 어디서나 위로가 되는 존재들이다. 동갑내기인 중장비 담당의 정찬형 대원과, 막내인 해양연구원 김관우 대원 등 셋이서 잘 지냈다. 서로 또래여서 대화도 잘 통하고 의지가 많이 되었다.

△ 대원들의 단체 기념촬영 사진.
앞으로의 꿈
남극에 한 번 더 가보고 싶다. 남극은 아직 탐사가 안 된 부분이 많다. 워낙 환경이 특수한 곳이라서 어떠한 주제로도 모두 중요한 가치를 갖는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극지에서의 새로운 도전, 남들이 안 해본 것을 해봤다는 자신감, 그로인해 이제는 못할 것이 없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내생에 남을 가장 행복하고 즐겁고 기억에 남을 일 년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후배들에게 하고픈 말
자기가 해보고 싶은 꿈이 있다면 불평하지 말고, 그 꿈을 위해 최선을 다해서 한번 달려가 보길 바란다. 끊임없이 앞으로 나가가고자 노력하고 낯선 환경에 새로운 도전을 하게 되면 꿈에 더 빨리 다가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부경투데이>

△ 장보고과학기지 항공촬영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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