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호승 시인이 미치고 싶은 때는? | |||
| 작성자 | 대외협력과 | 작성일 | 2016-04-21 |
| 조회수 | 1616 | ||
| 정호승 시인이 미치고 싶은 때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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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외협력과 | ![]() |
2016-04-21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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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 시인’의 시 이야기는 흥미진진했다. 새벽 7시부터 1시간 40분 동안 시인이 직접 낭송해주는 시를 듣고, 그 시에 얽힌 숨은 사연을 듣고, 그 시에 음률을 올려 만든 노래를 듣는 행복한 시간이었다. 21일 부경CEO행복인문학콘서트 3강이 열린 부경대학교 미래관 소민홀은 200여명의 CEO들로 가득 찼다. 정호승 시인이 이날 강사로 나와 15편의 자작시를 들려주며 시인으로 살아가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정 시인은 강연 머리에 이런 말을 했다.
그는 ‘수선화에게’를 비롯해 ‘슬픔이 기쁨에게’, ‘내가 사랑한 사람’, ‘우리가 어느별에서’ 등 12권의 시집, 무려 1,000여 편의 시를 쓴, 자타가 공인하는 우리나라 대표 시인이 아닌가? 그 말은 아마 누구나 다 시인이라는 점, 시와 사는 삶이 풍요로운 삶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눙친 것은 아닐까? 그래서 그는 이런 말도 했다. “여러분은 열심히 맡은 바 직무를 수행하시느라 다 바쁘셔서 시를 안 쓸 뿐이고 제가 대신 시를 쓰고 있을 뿐이지요.” 이날 그는 자작시를 통해 시가 무엇인지, 시가 어디에서 이루어지는지, 찬찬히 그러나 감동적으로 자신의 시세계로 독자들을 안내했다. 아, 그럼, 나도 시를 쓸 수 있겠구나 하는 마음이 들게끔. <무지개떡> 무지개떡을 먹으면서 ‘무지개떡 속에는 무엇이 들어있을까?’를 생각하며 쓴 동시라고 한다. 그는 “우리는 학습된 일반적 상상력에 갇혀있다. 일반적인 생각, 일반적인 상상력은 시가 되지 못한다.”면서, “자기만의 생각이 시의 싹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떡을 먹으며 무지개를 먹는다는 상상을 함으로써 무지개를 먹어본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된다. 그것을 북한산에 띄워놓을 수 있는 것이 상상력이다.”고 말했다. <밥그릇> 개가 밥을 다 먹고 정 시인은 17년 동안 ‘정바둑’이라는 이름의 개를 키웠다고 한다. ‘개는 내가 먹다 남긴 밥을/ 언제나 싫어하는 기색 없이 다 먹었으나’ 자신은 그러지 못했다는 자각으로 이 시를 얻게 됐다고 한다. 그는 “어머니는 자식이 남긴 밥을 먹지만 보통 사람들은 남이 남긴 밥을 잘 먹지 못한다.”면서, “그것은 사랑의 문제다. 사랑하면 더럽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의 상상은 이어져 “개밥그릇에는 바람과 햇살이 있는데, 나의 밥그릇에는 욕심 분노 상처 눈물 탐욕이 있었다.”면서 밥그릇을 통해 존재를 성찰하는 단계까지 가고 있다. 그는 “시의 본질은 은유다. 은유는 어떤 사물을 다른 사물에 빗대어 표현하는 수사법의 하나다. 은유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면서, “‘화장실을 깨끗이 사용하자’라는 말보다 ‘아름다운 사람은 머문 자리도 아름답다’라는 은유가 마음을 더 움직이게 한다. 시가 그렇다.”고 말했다. <어머니를 위한 자장가> 잘 자라 우리 엄마 잘 자라 우리 엄마 잘 자라 우리 엄마 정 시인은 “시는 하고 싶은 말을 감추고, 또 버리는 가운데 완성된다. 말없는 말이 시다.”고 말했다. 시인의 94세 된, 죽음을 앞둔 어머니에 대한 사랑을 노래한 시이지만 죽음을 감추고 있다. <결빙> 결빙의 순간은 뜨겁다 이 시를 읊고 난 뒤 정 시인은 “이 시가 인터넷에 올라온 것을 본 적이 있는데 첫 행 가운데 ‘결빙의’라는 말이 쏙 빠져져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그 것을 본 순간 그 사람을 꼬집고 싶었다. 엉덩이를 차주고 싶었다. 나한테 무슨 원수가 졌나, 왜 이렇게 시를 망쳐놓았나 하는 생각에.”라고 말했다. 그는 “시가 인터넷에 자꾸 돌아다닌다. 오탈자에 제목도 바뀐 채. 심지어 자기가 쓴 시에 정호승이라는 이름을 달아서...”라면서, “인터넷 시대 시인은 죽겠다, 미치겠다.”고 말했다. 그는 “그래서 그 카페에 회원으로 가입해서 정중히 수정해달라고 요청하면 그 다음날 ‘당신이 정말 정호승 맞아?’라는 댓글이 달린다.”면서, “주민등록번호를 대어야할 지경.”이라고 어려움을 호소하기도 했다. <이별의 노래> 떠나는 그대 그대 떠나는 곳 옷깃을 여미고 어둠 속에서 떠나는 그대 정 시인은 “이 시에서 보듯이 시는 역설과 반어로 표현될 때가 많다. 이별노래지만 사랑을 노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시는 정 시인이 20대 후반(지금은 66세^^)에 쓴 시다. 이 시를 가사로 만든, 같은 제목의 노래는 가수 이동원을 무명에서 유명가수로, 음유시인으로 변모시켜 주었다. 그 사연도 재미있다. 그 당시 이동원 씨가 정 시인의 직장으로 찾아와 이 시를 노래로 만들고 싶은데 어떤 조건이면 되느냐고 물었다고 한다. 20대의 정 시인은 아무 조건 없다, 좋은 노래로 만들어달라고 했다고 한다. 그런데 나중에 음반이 상당히 많이 팔렸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한다. 정 시인은 “그 때 조건을 좀 붙일 걸 그랬나요?” 하면서 좌중을 웃겼다.(그는 이 말이 농담이라고 했지만 꽤 아쉬운 듯.^^) 그는 “모든 사람의 삶에 시가 꽉 차있다. 시는 창작하는 것이 아니라 발견하는 것.”이라면서, 저마다 그것을 발견해볼 것을 독자들에게 권유했다.<부경투데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