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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바로 별이라고?
작성자 대외협력과 작성일 2018-05-17
조회수 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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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바로 별이라고?
대외협력과 2018-05-17 512



△ 강연을 펼치고 있는 정재찬 교수. ⓒ사진 이성재(홍보팀)

화제의 책 ‘시를 잊은 그대에게’의 저자 정재찬 한양대 교수(국어교육과)가 지난 10일 부경대학교 미래관 2층 소민홀에서 열린 부경CEO행복인문학콘서트에서 강연했다.
 
강의 서두에 그는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 나오는 대사 한 구절을 150여명의 청중들에게 들려주었다.

“의술, 법률, 사업, 기술.
이 모두 고귀한 일이고 생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것이지만
시, 아름다움, 낭만, 사랑.
이런 것이야말로 우리가 살아가는 목적이다.”

‘시, 아름다움, 낭만, 사랑, 이런 것이야말로 우리가 살아가는 목적’이라니!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이런 일들은 누구나 잘 할 수 있는 일이니까.

그는 이날 그렇게 ‘삶의 목적’을 우리에게 환기시킨 뒤 ‘별’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래, 캄캄한 밤하늘에 빛나는 별을 눈으로 본 적이 언제였던가?

별은 어두워야만 볼 수 있다. 그는 “최근 5년 사이 부모님이 돌아가셨는데, ‘사람은 죽는다’는 사실을 체험적으로 알았다.”면서, “아픔 통해 깨달은 것, 그것은 부모가 목숨 걸고 가르쳐 주신 것이다. 빛나는 진실을 가르쳐 주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므로 그는 “아픔이 꼭 나쁘지만은 않은 거 같다. 아픔의 길에서 나의 별 하나를 찾아가는 것이 인생 아닐까.”고 말했다.

이 새벽에 강의 들으러 온 CEO들에게 하필 ‘별’ 이야기일까?

정 교수는 ‘영혼 속에서 타오르는 불꽃은 별들이 발하고 있는 빛과 본질적으로 동일하다’는  루카치의 말을 인용하면서, “저 별과 너의 영혼은 현상은 동일하지 않을지라도 본질은 동일하다.”고 말했다.

그는 “하늘의 별이 바로 나다. 늘 나는 신과 함께, 우주와 함께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별과 나의 본질이 같다는 말은 스피노자를 떠올리게 한다. 같은 속성을 지닌 다른 양태. 그러므로 우리는 이 깨달음에서 정말 무한한 자유와 위로를 받을 수 있다.

저렇게 많은 별들 중에서
별 하나가 나를 내려다본다
이렇게 많은 사람 중에서
그 별 하나를 쳐다본다

밤이 깊을수록
별은 밝음 속에 사라지고
나는 어둠 속으로 사라진다

이렇게 정다운
너 하나 나 하나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 김광섭 ‘저녁에’

이 시는 가수 유심초의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라는 노랫말로 대중에게 잘 알려진 시다.
 
정 교수는 “별과 내가 서로 마주본다는 것, 이것은 얼마나 기적 같은 일인가?”하고 반문하면서, “우리 은하계에는 천억 개의 별이, 그리고 우주에는 그런 은하가 또 천억 개 정도 있다고 한다. 그런데 그중 하나가, 수십 억 인구 가운데 하나인 나와 서로 마주보고 있는 것.”이라고 좌중을 일깨워 주었다.

그는 “그것도 억겁의 시간 가운데 지금 이 순간, 어쩌면 이미 오래 전 티끌로 사라져버렸을지도 모를 그 별과 지금 이 순간 내가 만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걸음 더 들어가 보자. 시 ‘저녁에’에서처럼 별과 사람이 일대일로 만난다는 의미는 무얼까?

정 교수는 “인간도 별 만큼 드문 존재이다”라고 말해주었다.

‘나는 별만큼 드문 존재다!’

문득 나의 존재를 생각하게 하고, 그동안 인식하지 못했던 자존감을 뚜렷하게 느끼게 하는 말이다. 

그는 “내가 존재할 확률은 매우 희귀하다. 정자와 난자가 만나야 3억분의 1의 확률이다. 또 아버지 어머니가 만날 확률은 더 희귀하다. 그렇게 확장해 생각해보면 내가 존재할 확률은 거의 0에 가깝다. 그러니 지금 나는 기적적으로 존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니 너도 저 별처럼 귀하다, 이 얼마나 기적 같은 일인가?’

정 교수는 “내가 만나는 사람들, 가까이 있는 사람과의 우주적인 인연을 생각해보자.”면서, “누군가를 만나기 위해 어마어마한 인연이 있어야한다. ‘흙 수저’ 같은 존재라고 할지라도 이 우주에 나 하나밖에 없다. 우주적 존재라는 자존감을 가져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런 내 속에는 나에게 알맞은 빛깔과 향기가 있다. 나의 이름은 부모님들이 쓴 시다.”고 덧붙였다.

정 교수는 “그런데 혼자 빛나는 별은 없다. 별은 빛을 받아 반사되는 것.”이라면서, “우리는 만인의 스타가 될 수 없지만 부모의 자식의 친구의 연인의 스타는 될 수 있다. 가까이에서 서로를 비춰주는 그런 존재, 우린 그것 하나를 갖고 싶은 것이다. 인정(人情) 어린 이들의 인정(認定)을 얻는 것이야말로 참 행복이 아니겠는가?”하고 말했다. <부경투데이>


△ 강의가 끝난 뒤 참석자들이 기념촬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