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연명의 시에서 만난 삶의 비기(秘技)는? | |||
작성자 | 대외협력과 | 작성일 | 2018-09-06 |
조회수 | 665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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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연명의 시에서 만난 삶의 비기(秘技)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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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 시작 전에 인사말을 한 부경대학교 김영섭 총장이 공자의 말을 인용했다. “‘시(詩)를 공부하지 않으면 더불어 대화할 수 없다.’는 옛말이 있습니다.”라고. 이 말은 공자(孔子)가 아들 리(鯉)에게 한 말(‘不學詩無以言’)이다. 공자의 이 언급은 시(詩)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데 인용되곤 한다. 특히 리더의 덕목을 강조할 때 더욱 그렇다. 사람들의 마음을 얻어야하는 리더이기에 감성적인 말의 힘을 시(詩)에서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6일 아침 7시, 부경대의 ‘2018 부경CEO행복인문학콘서트’ 하반기 첫 강연(57강)은 이렇게 시(詩)로 막을 올렸다. 강연 제목이 ‘한시(漢詩), 삶의 노래’였다. 강사는 고려대 심경호 교수(한문학과)였다. 심 교수는 “인문학 최고의 높이에 시(詩)가 있다. 시를 모르면 완전한 인격에 도달하지 못 한다.”면서, “영혼을 맑히고 내면을 들여다보기 위해 시(詩)가 필요하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사람의 마음을 살찌우는 것, 사람끼리 소통하게 하는 것이 문학이고 한시(漢詩).”라고 했다. 이날 강연장인 부경대 미래관 2층 소민홀에 모인 150여명의 부·울·경 CEO들의 마음을 울린 시(詩)는 어떤 것이었을까? 그가 이날 아침에 육성으로 읽어준 시(詩)는 도연명(365~427)의 시(詩)들이었다.
人生無根蔕 사람은 뿌리도 꼭지도 없어 이 시(詩)는 이양하의 ‘페이터의 산문’에 나오는 호머의 시를 떠올린다. ‘사람은 나뭇잎과도 흡사한 것. 가을바람이 땅에 낡은 잎을 뿌리면 봄은 다시 새로운 잎으로 숲을 덮는다.’ 도연명도 「雜詩(잡시)」에서 ‘사람은 먼지에 불과하고 그것도 바람 따라 굴러다니는 존재’라고 한다. 그 존재, ‘영원하지 않다(此已非常身)’! 영원히 살 것처럼 너와 나를 나누고 다투던 우리, 도연명은 ‘땅에 떨어지면 모두가 형제(!)’라고 한다. 심 교수는 “이 시는 타자도 나도 결국 하나라는 성찰을 통해 고독한 단독자인 우리가 행복에 이르는 길로 안내해준다.”고 말했다. 이어서 심 교수는 도연명의 시 중에서 우리에게 가장 많이 알려진 시의 하나인 ‘귀거래사(歸去來辭)’를 읽어주었다. 歸去來兮 田園將蕪 胡不歸 旣自以心爲形役 奚惆悵而獨悲 登東皐以舒嘯 臨淸流而賦詩 聊乘化以歸盡 樂夫天命復奚疑 引壺觴以自酌 眄庭柯以怡顔 倚南窓以寄傲 審容膝之易安 남창에 기대어 마음을 편히 지니니 무릎 들여놓을 작은 방이 편안함을 알겠노라 심 교수는 “여기서 ‘田園(전원)은 마음을 일컫는다.”고 했다. ‘전원이 황폐해지려 하니 어떻게 돌아가지 않겠는가?’ 마음이 황폐해져 그 마음을 일구기 위해 마음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뜻. ‘心爲形役’, 마음이 육신의 부림을 받았다! 그러니까 물질에 질질 끌려 다니는 삶이 되고 말았다, 그래서 마음이 황폐해졌다는 말이다. 심 교수는 “마음이 육신, 즉 명예와 돈의 부림을 당하지 않으려고 인문학을 한다. 시를 짓는 중요한 예술적 행위를 한다.”면서, “인간 영혼의 자유가 물질이나 명예보다 중요함을 우리에게 말해주고 있다.”고 했다. ‘聊乘化以歸盡 樂夫天命復奚疑’(조화의 기운을 타고 일생을 마치리니) 이 구절의 핵심단어는 ‘化’다. 이건 ‘자연의 법칙’일 것이다. 심 교수는 “조화의 법칙이 있다. 조화의 기운은 대섭리를 말한다. 삶이란 그 기운을 타고 부속품으로 거기에 작은 기여를 하는 것이라는 점을 알아야한다.”고 소개했다. 나 잘났다고 너무 까불지 말라는 것이다. ‘審容膝之易安’(무릎 들여놓을 작은 방이 편안함을 알겠노라) 이 구절에 든 ‘容膝’(용슬)은 오늘의 우리에게 얼마나 많은 말을 해주는지. 우리는 지금 너무 큰 방을 가지고도 불만족이지 않은가? 무릎 들여놓은 작은 방이 편안하다는 것은 정신의 자유의 크기를 말한다. 심 교수는 “우리의 존재가 ‘조화’를 타고 저절로 소멸된다는 것을 알아야한다.”고 한다. 이 자연의 법칙에 대한 인식이야말로 우리에게 주어진 가장 큰 슬픔(죽음)을 이겨가는 방법이겠다. 그 다음 시로 ‘산해경을 읽고’가 이어졌다. 「讀山海經(독산해경)」 제1수 (부분) 孟夏草木長 맹하에 초목이 자라 이 시의 마지막 구절 속의 ‘愛吾廬’(애오려)의 뜻이 깊다. 나의 집을 사랑한다고? 심 교수는 “먼저 나의 집, 나의 존재를 사랑해야한다.”면서, “자기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이 어떻게 남을 사랑하겠나?”고 반문했다. 그는 “자기 집에 소홀히 하면서 사회봉사하는 사람을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飮酒(음주)」 結廬在人境 사람 많은 곳에 집을 엮었지만 山氣日夕佳 산 기운은 날 저물자 아름답고 은둔의 높은 경지를 보여주는 시다. 번잡한 곳에 살면서도 마음의 평화를 누리고 삶, 그것은 영혼이 자유롭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가끔 속세를 떠나 산으로 가고 싶어 한다. 그러나 심 교수는 “산속으로 가는 것을 가장 낮은 단계의 은둔.”이라고 말했다. 그는 “리더라면 세상사와 부대끼면서 인간 세계를 낫게 만드는 데 일조해야한다. 박해를 받으면서도 세상을 떠돌아다닌 공자를 보라. 퇴계 선생도 자기 공동체 속으로 돌아갔다.”고 소개했다. 시장 거리에서 살면서 이해관계에 매이지 않고 유유자적 은둔하는 삶은 중간 단계의 은둔이라고 한다. 그럼 가장 높은 단계의 은둔이란? 조정에 있으면서도 은둔하듯 영혼이 맑은 상태를 말한다. 심 교수는 “지금 있는 곳에서 한발작도 벗어날 필요가 없다. 지금 이 자리, 자기가 있는 곳에서 맑은 영혼의 소유자가 될 수 있어야한다.”고 했다. 이날 소개된 도연명의 마지막 시는 「形影神(형영신)」이었다. 심 교수는 “이 시는 도연명이 자신을 육신, 그림자, 정신 등 셋으로 분해하여 논쟁하는 형식”이라고 말했다. 이 시는 육신이 그림자에게 말하는 「形贈影(형증영)」, 그림자가 육신에게 말하는 「影答形(영답형)」, 정신이 풀이를 하는 「神釋(신석)」 등 3편으로 구성된다. 심 교수는 “형영신(形影神)에서 영(影·그림자)는 명예를 말한다.”면서, “육신이 그림자에게 ‘즐기며 살면 되지 않느냐’를, 그림자는 육신에게 ‘이름은 남는다’며 명예의 중요성을 말하면, 정신은 ‘명예는 필요 없다. 명예로 인해 정신적 인정을 이룰 수 없다’고 풀이한다.”고 소개했다. <심경호 교수는 누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