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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동정

  • 국립 부경대학교 교수님들의 자랑스러운 소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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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홍수 교수의 시 2편
작성자 대외협력과 작성일 2015-04-21
조회수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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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홍수 교수의 시 2편
대외협력과 2015-04-21 1410

'살얼음처럼 빛나는 별들을 잊지는 않았다.’

정년퇴임을 앞둔 노교수의 심정이 실린 시 2편이 눈길을 끈다. 오는 8월 퇴임하는 식품영양학과 류홍수 교수의 시다.

그가 두 번째 시집을 준비 중이라는 소식을 듣고 ‘교수동정’ 편집자가 독자들을 위해 미리 청해 보았다.

시의 제목은 ‘폐선’과 ‘방 치우기’. 퇴임을 앞둔 노교수의 쓸쓸함이 가득하다. 그러나 그는 시에서 언제나 ‘살얼음처럼 빛나는 별들을 잊지는 않았다.’고 한다.

이 시들이 담긴 그의 시집은 다음 달 중으로 선보일 계획이다. 그는 지난 2011년 2월 첫 시집 「산타페 가는 길」을 펴내 ‘식품영양학자가 영혼을 살찌우는 시집을 냈다’는 점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남송우 교수(국어국문학과)는 시집 해설에서 “아무도 모르게 오랫동안 묻혀있던 보화 같은 시인을 발견한 놀라움을 느꼈다.”면서, “그의 시는 정착인이 항상 바라보는 시공간의 고착된 시야에서 벗어나 유목민적 사유를 통해 세계를 새롭게 인식할 수 있는 영감을 준다.”고 말했다.

폐선(廢船)

누가 부려 놓았나 물이끼 내려 버려진 저 배
강어귀 풀숲에서 스스로 몸을 풀기까지의 경로를 알 수가 없다
어김없이 회귀하는 오렌지 살색 고기떼들을 실어 나르는
해류를 타고 흘러 왔을 거라고 했지만
솟구치는 눈물인 듯 밀려오는 노을 속에
휘날리던 깃발 떼어 낸 배의 항적(航跡)을 묻는다는 것은
삭아가는 붉은 녹 같은 늙은 살점을 떼어내는 고문(拷問)이다

기억할 만큼의 섬 기슭들을 돌아 나오면서
가장 가까운 곳에 먼 곳의 슬픈 물결이 일렁임을 알아
수평선 너머 구름 영역으로 들어서는 뱃길은 생각지도 못했다
흰고래 뒤를 따라 미쳐 떠돌던 날들이 쌓여 갈수록
나를 안아 주던 모든 것들을 미련 없이 떨쳐버리고
살얼음처럼 빛나는 별들을 잊지는 않았다

비늘 지고 상처 난 고기들을 건져낼 때마다
뱃전에 머리를 짓찧곤 했던
재갈매기들의 추억은 저버리기로 했다
썰물이 빠지고 나서야 모든 것을 누일 수 있는 몸이 되고
햇살과 몸을 섞는 눈부신 이끼가 덮여가는 것을
내버려 두기로 했다

사라지고 사랑하는 일에는 말이 없어야 하듯이

방 치우기
          - 정년을 4개월 앞두고 연구실을 미리 정리하며 -

방 속에 열지 않았던 방들이 있었다

내 속으로 바로 꽂히는 햇살이 두려워
새벽종 치는 사람마냥 창호지 바른 창 위로
불투명 블라인드 밀어 올리는 일이 하루의 시작이었지만
식은 커피 찌꺼기 같은 어두움은
여전히 그 방 속에 늘어붙어 갇혀 있었다
수십 년 동안 앉았던 그 자리로 바로 가지 못하고
아세톤 냄새 배인 옆방을 돌아 들어오곤 했지만
손길 아니라 눈짓으로도 열지 못했던 수많은 방문엔
한 번도 걸어보지 못한 전화번호가
감호실(監護室) 표식(標飾)처럼 걸려 있었다

갈리다가 지쳐 말라터진 먹비늘
두꺼운 유리판 밑에 깔려 학번만 흐릿하게 남아있는
애띤 여학생들의 사진 그리고
버리지 못하여 갈변(褐變)으로 삭아가는 책갈피
찬비바람에 꽃잎 다 떨어지기 전에
소실된 빛의 낙오자들을 거두어 들인다

여름을 넘어가면 어떠한 약속도 절명(絶命)의 구인장(拘引狀)이 되지 못할
저 느린 시간 속으로 항해할 터인데
화석(化石) 같은 사연이 될지라도
끈질긴 침묵으로 기다려주었던 그대처럼
햇빛 한 소큼 뿌려 절인 갈무리 양식으로 삼으려 한다

산다는 건 서로의 기억 속에 방 하나 얻어 살다
속절없이 잊혀지거나 노을 묻은 잎처럼 스스로 떠나는 것
까만 유리창에 수줍게 스미운 별들을 읊조리며
그대의 방에 다시 갇히는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