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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성호 동문의 명복을 빌며
작성자 대외협력과 작성일 2013-05-22
조회수 2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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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성호 동문의 명복을 빌며
대외협력과 2013-05-22 2724



△ 2011년 9월 23일, 히말라야 초오유 등정에 성공한 서성호 동문이 부경대 산악회 깃발을 들어보이고 있다.

부경투데이 애독자 여러분.

늘 우리에게 도전과 열정을 일깨워주던 산악인 서성호 동문(34‧전기제어공학부 98학번)이 영면(永眠)했습니다.

우리는 이 애통한 소식을 독자여러분께 전하면서 여러분과 함께 고인의 명복을 빌고자 합니다.

서 동문은 가장 촉망받던, 국내 대표 산악인이었습니다. 그런 그가 히말라야 14좌를 무산소 완등에 성공한 김창호 대장(44)과 함께 에베레스트에 올랐다가 하산하던 중 20일 오전 9시(현지시간) 안타깝게 영영 돌아올 수 없는 길을 떠나고 말았습니다. 

‘From 0 To 8848’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추진된 이번 등정은 매우 큰 도전이었습니다. 해수면 기준 0m에서 시작해 지구 최정상 에베레스트(8848m)까지 인간의 힘만으로 오르는 것이었습니다.

서 동문이 참여한 원정대는 인도 벵골만에서 카약을 타고 갠지스강을 따라 닷새 동안 콜카타까지 156km를 거슬러 올랐습니다. 이어 자전거로 인도와 네팔 평원을 가로질러 히말라야 산맥의 바깥 지점인 툼링타르에 이르기까지 893km를 이동한 다음 약 162km 도보 카라반으로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에 접근해 무산소로 등정했던 것입니다.

산악인들은 무산소로 8000m 지역에 가만히 있는 것만으로도 서서히 죽어가는 것이라고 말할 정도로 무산소 등반은 두려운 것이라고 합니다. 그런 고통을 이기고 에베레스트 정상에 힘차게 발자국을 찍고 내려오던 서 동문은 해발 8050m 캠프4에서 휴식을 취하던 중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그가 조금만 더 힘을 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그는 진정 자랑스러운 부경인이었습니다. 그는 단일팀 세계 최초 히말라야 8천m급 14좌 완등이라는 신화를 쓴 주역이었습니다. 지금까지 히말라야 12좌 완등에 성공했고, K2와 브로드피크 봉만 등정하면 한국인으로서 6번째 히말라야 14좌 완등을 눈앞에 두고 있었습니다.

서 동문은 대학 1학년 때인 1998년 부경대 산악회에 가입하면서 처음 산과 인연을 맺었습니다. 그 후 2003년 대통령기 등산대회와 전국체전 대학부 단체전 우승, 2004년 북미 최고봉인 매킨리 등반, 2005년 히말라야 푸모리 등정에 잇달아 성공했습니다.

그 후 그는 우리가 일상에 묻혀 가던 길만 가고 있을 때마다 그 하늘에 닿을 만큼 높은 산을 오르는 데 성공했다는 소식을 들고 와 우리가 잊고 있던 도전과 열정이라는 단어를 번쩍 일깨워주었습니다.

서 동문은 2006년 대한산악연맹 부산연맹 주관 ‘다이내믹 부산 희망원정대’(대장 홍보성‧부경대 건축과 71학번)에 대원으로 뽑혀 맹활약을 폈습니다. 에베레스트를 시작으로 마칼루, 로체, 마나슬루, 다울라기리, 캉첸중가, 낭가파르바트, 시샤팡마, 안나푸르나, 가셔브룸Ⅰ, 가셔브룸Ⅱ에 이어 2011년 초오유까지 히말라야 12좌를 섭렵했습니다. 무산소 등반은 10좌였습니다. 이 같은 활약으로 서 동문은 지난 2012년 체육발전 유공자로 체육훈장 맹호장을 받았습니다.

이번 무산소 등정에 나선 서 동문은 에베레스트 정상에서 부경대학교 깃발을 펼쳐 찍은 사진을 부경투데이 독자들에게 보여주기로 약속했었습니다. 아직 그의 카메라가 도착하지 않았지만, 에베레스트 정상에서 턱까지 차오른 숨을 고르면서 우리 모두를 생각하며 학교 깃발을 힘차게 펄럭였을 그의 선한 표정이 선연하게 떠오릅니다.

미혼인 그는 부산에 어머니와 누나, 남동생을 남겨두었습니다. 친형 노릇을 하며 서 동문을 이끌어온 부산산악연맹 홍보성 회장(부경대 건축학과 71학번)은 “성호는 이번에 김창호 대장의 등반을 도와주러 간 것이었는데, 이런 비보를 접해 안타깝기 그지없다.”고 비통해했습니다.

홍 동문은 “가정형편이 어려워 틈틈이 학비와 용돈 벌고 산악회 활동하느라 10년 만에 대학을 졸업할 정도로 성실한 후배였다.”고 안타까워했습니다.

문득 생각나서 무선전화기를 열어 서 동문의 카카오톡에 들어가 보았습니다. 거기에는 그가 세계 제3봉인 히말라야 카첸중가(8,586m)를 오르며 직접 찍은 사진이 있습니다. 차디찬 얼음눈을 뚫고 피어난 보랏빛 꽃 앵초 사진입니다. 그 사진에 그는 이렇게 멘트를 달아두었습니다. ‘나도 너처럼!’  

얼음 속에 핀 꽃처럼, 시련과 역경을 뚫고 언제나 자신의 환한 모습을 보여주었던 서성호 동문. 그의 몸은 우리 곁을 떠났지만, 그의 남다른 도전정신은 영원히 우리 가슴 속에 남아 살아있을 것입니다.<부경투데이>


△ 초오유 등정에서 해발5,700m 전진베이스캠프에 선 대원들. 왼쪽부터 김창호, 홍보성, 서성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