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것이 궁금하다, 어묵 | |||
| 작성자 | 대외협력과 | 작성일 | 2014-12-23 |
| 조회수 | 3189 | ||
| 그것이 궁금하다, 어묵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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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호 동문(56세)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쌀쌀한 겨울날씨에 잘 어울리는 맛있는 어묵 이야기를 듣기 위해 그를 만났다. 부경대 식품공학과 78학번인 그는 전국의 백화점 20여 곳에서 고급 수제 어묵을 판매하는 ‘가마야’의 대표다. 지난 11월 21일, 부산 중구 중앙동 롯데백화점 광복점 식품관 코너.
길거리, 손수레에 걸린 커다란 솥, 김이 무럭무럭 솟아오르는 거기에 가득 꽂힌 어묵 꼬챙이들, 그 짭조름하고 쫀득하면서 ‘콤콤한’ 맛, 목구멍으로 저절로 넘어가는 침. 그렇게 찬바람을 맞으며 길거리에서 먹는 어묵이 어떻게 백화점에 들어왔을까? 한 마디로 어묵이 지금 한창 진화 중인 것이다. 정 동문과 함께 어묵의 세계로 가보자. 1. 어묵이 되는 데는 비법이 있다 어묵은 생선살을 으깨어 밀가루(또는 전분)와 반죽해서 튀긴 음식이다. 그런데 우리가 먹는 어묵이 되려면, 중요한 비법이 필요하다. 먼저, 어묵을 만드는 과정을 보자. 생선 대가리와 내장 제거한 뒤 채육기라는 기계를 통과시켜 뼈와 껍질을 제거한다. 어묵의 주재료가 되는 생선살, 이른바 연육이 된다. 그런데 이 생선살을 냉동을 하게 되면 세포 속 수분이 얼고, 나중에 언 것이 녹으면서 육즙이 빠져 맛이 변하게 된다. 이를 냉동변성이라고 한다. 이 냉동변성을 방지하는 기술이 연육 제조의 핵심기술이다. 냉동변성 방지제가 필요한 것이다. 설탕과 솔비톨, 인산염이 연육의 필수 첨가물이다. 정 동문에 따르면, 그 비법을 개발한 곳이 일본 북해도수산연구소였고, 그 후 어묵은 산업으로 성장했다. 3. 어묵은 왜 다들 노르스름할까?
‘가마야’ 어묵들은 즉석식품인 만큼 백화점 매장에서 바로 만든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고급 연육을 Silent Cutter라는 기계에 넣어 반죽한다. 이 때 소금과 전분이 들어간다. 그 반죽을 성형 틀에서 모양을 만든 뒤 튀기면 맛있는 어묵이 된다. 요즘은 하얀 색의 어묵도 눈에 자주 띄지만, 전통적으로 어묵 색깔은 노르스름한 색이다. 식욕을 당기는 색이다. 왜 노르스름할까? 바로 키실로스라는 식품첨가물(당류) 때문이다. Silent Cutter에서 어묵 반죽을 만드는 과정에 들어가는 중요한 첨가물이다. 4. 딱딱해진 것은 왜 다시 말랑말랑해지지 않을까? 보통 어묵은 식으면 딱딱해지고 식감이 거칠어진다. 식은 상태에서는 맛이 없는 것이다. 그래서 기다란 꼬치에 어묵을 꿰어 뜨거운 국물에 푹 담가 먹는 방법이 등장한 것이다. 식으면 왜 맛이 없을까? 어묵에 들어가 있는 전분 때문이다. 식으면 전분이 노화되어 굳어지는 것이다. 정 동문에 따르면, 그런 면에서 어묵업계의 신제품인 H는 어묵의 새로운 변화를 몰고 왔다고 한다. 이 제품은 전자레인지에 데워 먹는 어묵이다. 어묵을 더운 물에 담그지 않고 전자레인지에 데우기만 해도 말랑말랑 맛있는 어묵으로 변해 고속도로 휴게소 등지에서 잘 팔리는 어묵상품이다. 보통 어묵은 식은 상태에서 전자레인지에 데운다 해도 다시 말랑말랑해지지 않는다. 연육을 만드는 과정에서 보았듯이, 지방이 다 제거된 상태에다 수분이 적기 때문이다. 시중에 H가 처음 등장했을 때 어묵업계는 그 제조법을 알아내느라 비상이 걸렸다고 한다. H 제조사의 비밀은 한동안 두터운 장막에 가려져 있었다. 과연 그 제조비법은 무엇이었을까? 비밀은 드러나는 법. 정 동문은 “나중에 어찌어찌 그 비밀 소재가 알려졌는데, 그것은 돼지비계였던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5. 어묵을 구입하는 장소에 따라 등급이 다르다고?
그러니까 고급 연육에 전분을 적게 사용할수록 고급어묵이다. 그러면 전분은 사용하지 않고 연육만 사용하면 최고급인가? 그러나 그것은 우리에게 익숙한 식감이 아니기 때문에 소비자의 선호도가 떨어진다고 한다. 물론 고급 어묵일수록 가격이 비싸다. 정 동문에 따르면, 국내 대형 어묵 제조사의 경우 제품 이름으로 그 등급을 표시한다고 한다. 그리고 그 제품마다 팔리는 장소가 다 다르다고 한다. 백화점, 마트, 슈퍼, 노점용 어묵 제품이 따로 있다니. 6. 그가 어묵을 들고 백화점으로 간 까닭은?
그는 굴지의 수산회사였던 대림수산(주)의 ‘맨’이었다. 1987년 입사해서 2003년 회사의 은행관리로 퇴직하기까지 그는 어묵, 맛살, 햄, 소시지, 젓갈, 크로켓 등 대림에서 생산하는 제품을 연구 개발하는 핵심 업무를 담당해왔다. 퇴사 때는 종합기획실 개발팀장이었다. 45세의 나이에 본의 아니게 실직자가 된 것이다. 그런데 이것이 그의 삶의 터닝 포인트였다. 대림수산의 거래처였던 롯데백화점이 그에게 백화점 식품관에 어묵코너를 신설해 운영해달라고 요청한 것. 당시 롯데백화점이 경쟁백화점에 새로 생긴 어묵코너에 맞불을 놓는다는 전략이었던 것이다. 2003년, 그렇게 그의 ‘가마야’ 브랜드는 롯데백화점 잠실점에 입점하게 된다. 그의 전략은 고급화였다. 당시에는 고급 어묵 매장이 없었다. 기업에서도 판매부진 등의 이유로 고급어묵을 생산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것이 틈새였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현재 ‘가마야’는 수도권의 롯데백화점, 현대백화점, AK플라자 등 전국 20여개 백화점에 입점해 있다. 어묵 판매만으로 2013년 매출이 28억 원 상당에 달했다. 7. 어묵을 진화시키고 있는 정 동문의 성공비결은? 정 동문은 “돌이켜보면 연구만 하느라 사업경험이 없는 나에게 백화점측이 그 때 그런 큰일을 맡긴 데에는 1999년 취득한 수산제조기술사 자격증이 큰 역할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롯데백화점이 그를 이 분야 최고 전문가로 인정한 것이다. 그는 “준비된 사람이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말을 실감했다.”고 했다. 그는 이 사업이 성공하기까지 결정적으로 도와준 은인이 있다고 했다. 경기도 안산에서 햄 소시지용 기계를 만드는 회사의 대표라고 했다. 대림수산(주) 근무 때 업무 관계로 알게 된 지인이었다. 그 은인이 자가 회사의 연구실을 야간에 정 동문에게 공짜로 사용하라고 내준 것이다. 그는 “그 분의 배려가 없었다면 오늘이 없었을 것.”이라면서, “만나는 누구 한 사람 소중하지 않는 사람이 없다는 사실을 그 때 깨달았다.”고 말했다. 인터뷰 말미에 물었다. 성공의 바탕이 된 평소 그만의 습관은? 의외였다. 그는 “자판기에서 3,4백 원짜리 커피를 아무렇지 않게 뽑아먹는 사람을 보면 이해가 안 간다.”고 했다. 왜? 적은 돈을 아끼는 것이 그의 몸에 밴 습관이라고 했다. 그는 “적은 돈을 아낄 줄 알아야 큰돈도 아낄 줄 알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적은 돈을 헤프게 쓰면 큰돈도 잘 못 쓸 수 있다.”고 덧붙였다. 참으로 독특한 습관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곰곰 생각해보니 꽤 유용한 삶의 비기라는 생각이 들었다.<부경투데이> (사진) ⓒ이성재(홍보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