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 부경대학교

△ 천경자 화백(왼쪽)이 부산문화회관에서 열린 스승 김임년 선생의 첫 개인전에 참석해 담소를 나누고 있다. 고교 스승(80세) 앞에 앉은 당대 최고의 화가(69세)는 여고생으로 돌아간 듯 공손하고 다소곳한 모습이다. 천 화백과 스승이 함께 찍은 사진으로는 최초로 공개되는 것이다. (사진 제공: 최계현 효산정보시스템 대표)

시대의 거장 천경자 화백은 왜 부산의 국립 부경대학교에 유작과 유품을 기부하기로 했을까?

천 화백의 생전의 뜻을 좇은 장녀 이혜선 씨가 지난달 10일 기자회견을 통해 기부 결정 사실을 발표한 후 이 같은 궁금증을 가진 이가 적지 않다.

△ 윤광운 명예교수.

윤 교수는 바로 이번 ‘천경자 화백 기부 결정’을 이끌어낸 징검다리였기 때문이다. 알려진 바와 같이 윤 교수의 모친(김임년 선생)이 천경자 화백의 은사다.

윤 교수의 칼럼내용과 인터뷰를 통해 김임년 선생과 천경자 화백의 인연을 좀 더 들여다보자.

알려진 바와 같이, 광주공립여자고등보통학교(현 전남여고) 미술교사로 재직했던 김임년 선생은 여고생 천경자의 재능을 발견해 일본 유학을 권유함으로써 천 화백은 화가의 길을 걷게 된다. 김임년 선생이 바로 천 화백을 화가의 길로 처음 인도한 주인공인 것이다.

그래서인지 천 화백은 다른 은사보다 유독 김임년 선생을 최고의 은사로 모셨고 전시회 등 큰일이 있을 때마다 각별하게 챙겼다고 한다.

열한 살 차이의 두 사람은 평생 스승과 제자로, 대학의 선후배 동문으로서 남다른 정을 주고받았다.

천 화백이 일본 유학을 간 곳은 바로 스승 김임년 선생이 졸업한 동경여자미술전문학교(현 동경여자예술대학)였다. 천 화백은 스승의 은혜를 잊지 못해 「하코다테(函館)여자수도원」이라는 그림을 그려 스승에게 선물했을 정도였다. 

이 수도원은 동경여자미술전문학교 학생들의 단골 소풍장소였다. 천 화백이 스승과 공유한 추억의 공간을 그림으로 되살려 간직하고 싶었던 것이다.

△ 천 화백이 스승에게 선물한 그림  「하코다테(函館)여자수도원」. 처음 공개되는 천 화백 작품이다. 윤광운 교수 소장.

천 화백도 스승의 뒤를 이어 1946년 모교인 전남여고에서 미술교사로 재직했다.

천 화백은 평생 수없이 많은 전시회 엽서나 안부편지 등을 스승 김임년 선생이 살았던 김해 진영과 부산으로 보내면서 사제지간의 사랑을 나누어왔다.

두 사람의 생전의 인연은 1994〜1995년이 정점이었다. 지난 1994년에는 80세가 된 스승 김 임년 선생이 부산문화회관에서 첫 개인전을 열어 주위를 놀라게 했다. 이때 천 화백은 1952년 자신을 세상에 알린 뱀 그림 「생태(生態)」 전시 이후 42년 만에 부산을 찾아 개막 테이프를 끊으며 자신의 일처럼 기뻐했다. 

이 때 전시된 김임년 선생의 작품 중 「수양버들」이 부경대 공과대학 행정관 3층 회의실에 전시되어 있다. 윤 교수가 모친의 작품을 학교에 기부한 것.

△ 부경대 공과대학 행정관 3층 회의실에 전시돼 있는 김임년 선생의 작품 「수양버들」

그 이듬해인 1995년 천 화백의 마지막 전시회가 된 호암미술관 전시회 때 스승을 초청해 만난 것이 두 사람의 마지막 대면이었다.

1991년 「미인도」 위작사건으로 절필선언 후 천 화백은 미국으로 떠났고, 스승 김임년 선생은 2003년 11월 89세의 일기로 생을 마감했다. 장녀 이혜선 씨 간호로 미국에서 신병치료를 받던 천 화백도 지난 8월 91세의 일기로 타계해 스승의 곁으로 갔다.

1924년 전남 고흥에서 태어난 천 화백은 제22회 조선미술전람회에서 「조부(祖父)」로 입선(1942년)한 후 「생태」 「길례언니」 「내 슬픈 전설의 49페이지」 등 여인의 한(恨)과 환상, 인간의 꿈과 고독을 탐미적이고 환상주의적인 화풍으로 표현한 그림을 발표하며 문화예술계 전반에서 폭넓게 활동했던 예술인이었다. 

대한민국예술원 정회원이며 홍익대학교 교수를 역임했고, 오월문예상, 서울시문화상, 3․1문화상, 대한민국 예술원상, 대한민국 은관문화훈장 등을 받았다.

윤 교수는 이번 국제신문 칼럼에서 “전남 고흥에서 태어난 천 화백은 1950년대 부산에서 첫 번째 전시회를 열었고 1990년대 말 미국 뉴욕으로 건너가 최근 그곳에서 생을 마감했다. 천 화백과 인연이 깊은 세 곳은 공교롭게도 모두 아름다운 바다를 가진 도시이다.”면서, “부산에서 개관할 기념미술관을 통해 여인의 한과 아름다움을 그림으로 표현하고자 일생을 노력한 천 화백의 꿈이 언제나 우리와 함께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향후 부경대에 독립공간으로 들어서게 될 천경자 화백 기념미술관은 지역 미술인, 후학들 그리고 우리나라 예술인들의 작품활동 공간으로, 미래 문화밸리로 지역발전에 기여하고 우리나라 예술을 밝히는 국가적 문화공간으로 자리 잡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부경투데이>

Chun Kyung-ja and Her Teacher
- Story by Professor Yun Kwang-woon of PKNU

Why Chun Kyung-ja, master painter of the time, decided to donate her works to Pukyong National University of Busan? 

Quite a few people have thought of this question after the press conference of Lee Hye-seon, first daughter of Chun who followed the wish of the late artist, in December last year.

The news column of Yun Kwang-woon, honorary professor of Pukyong National Univeristy, which was published on page 29 of Kookje Daily News on 8 January, is the answer. 

He was the one who played a key part in the process of donation. His mother Kim Im-nyeon, as it’s known, was a teacher as well as a mentor of Chun Kyung-ja. 

The writing and interview of Professor Yun provide a closer look at the ties between Kim Im-nyeon and Chun Kyung-ja.  

Kim Im-nyeon, art teacher of Gwangju National Girl’s High School which is present-day Chonnam Girl’s High School, found the talent in her student, Chun Kyung-ja, and suggested her to study in Japan. It was Chun’s first step as a painter. In other words, Kim was the one who led Chun on a path to becoming an artist. 

For that reason, the student, who was only eleven years younger, forged an unusually close bond with her teacher and treated her with special respect. Chun even gifted Kim her painting, “Convent of Hakodate.” Chun studied at Tokyo Women’s Art School, now Joshibi University of Art and Design, and it was also alma mater of Kim Im-nyeon. The schoolgirls often went to the convent for a picnic. Chun wanted to remember the place where she shared the same memories with her mentor as well as senior, and did so in her work.  
 
The painter followed her senior and became an art teacher of Chonnam Girl’s High School, her alma mater, in 1946. 

During her life, Chun never forgot to send letters and invitations or postcards of her exhibition to Jinyoung of Kimhae and Busan, places where her teacher stayed. 

The two had the most intimate relations during the years of 1994-1995. In 1994, Kim Im-nyeon, at her age of 80, surprised everyone by holding her first solo exhibition at Busan Cultural Center. Chun visited Busan to attend Kim’s exhibition after 42 years since her last visit in 1952 to hold her own exhibition including “Ecology,” the work she was generally known by. She cut the ribbon on the first day and heartily congratulated the exhibition of her mentor. 

“Weeping Willow,” one of the works in the exhibition of Kim Im-nyeon, was donated by Professor Yun and is now displayed in the Conference Room at the third floor of the administration building of College of Engineering of PKNU. 

The next year, they met at the Chun’s last exhibition at Ho-Am Art Museum for the last time ever. 

In 1991, when one of Chun Kyung-ja’s works became embroiled in a forgery scandal, she left for the U.S. after she announced the end of her career as a painter. Kim Im-nyeon, her teacher, passed away at the age of 89 in November of 2003, and the student who was receiving medical treatment in the U.S. followed her mentor and died last August at her age of 91.

Chun Kyung-ja (1924-2015), born in Goheung, Jeollanam-do, was a painter who played an important role in the field of art. After her “Grandfather” was selected for the 22nd Joseon Art Exhibition in 1942, she created esthetic and fantastic works about sorrow and illusion of women and dream and loneliness of human beings, including “Ecology,” “Gil-rye” and “The 49th Page of My Sad Legend.”    

She was the member of the National Academy of Arts of the Republic of Korea (NAA) as well as a professor of Hongik University, and won many awards including Literary Awards of May, Seoul City Cultural Awards, Cultural Award of March’s First, NAA Awards, and Korean government’s Silver Cultural Medal.

Yun Kwang-woon, in his writing in Kookje Daily News, said, “Chun Kyung-ja was born in Goheung, Jeollanam-do, and held her first exhibition in Busan, and lived in New York before she died. The three cities that were meaningful and important in her life have something in common, the sea,” and he added, “Her Memorial Art Museum will open in Busan, the city of the sea. I hope her efforts to express sorrow and beauty of women in her works to remain with us and her beloved sea.” 

Chun Kyung-ja Memorial Art Museum, which will be constructed on the campus of PKNU, is expected to become a cultural place of the region that can provide a place to develop the talent of the future and the present artists and illustrate significant guideposts in the development of Korean art. <Pukyong To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