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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승 시인이 왔다
작성자 대외협력과 작성일 2016-04-14
조회수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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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승 시인이 왔다
대외협력과 2016-04-14 1616


△ 열강을 펼치고 있는 정호승 시인. ⓒ사진 이성재(홍보팀)

부경CEO행복인문학콘서트 두 번째 강의가 14일 오전 7시 부경대학교 미래관 2층 소민홀에서 열렸다.

부·울·경 CEO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이날 강연의 강사는 정호승 시인이었다.

강연제목은 ‘내 인생에 힘이 되어 주는 시 - 사랑과 고통의 본질과 이해’.

정 시인은 이날 자작시 7편을 소개하면서 인생의 가장 소중한 가치가 무엇인지에 대해 100분간 강연했다.

인생은 여행이 비유된다. 그런데 사람은 어디를 여행하며 사는 것일까? 이 시를 천천히 읽어보자. 

<여행>
- 정호승

사람이 여행하는 곳은 사람의 마음뿐이다
아직도 사람이 여행할 수 있는 곳은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의 오지뿐이다
그러니 사랑하는 이여 떠나라
떠나서 돌아오지 마라
설산의 창공을 나는 독수리들이
유유히 나의 심장을 쪼아 먹을 때까지
쪼아 먹힌 나의 심장이 먼지가 되어
바람에 흩날릴 때까지
돌아오지 마라
사람이 여행할 수 있는 곳은
사람의 마음의 설산뿐이다   

정 시인은 이 시를 들려주고 난 뒤 “인생이라는 여행은 사람의 마음속을 여행하는 것이다. 사람의 마음속에 사랑이 있다. 그것을 찾아 여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맨발로 히말라야 설산을 오르는 것과 같다.”고도 했다.

어떻게 그 사람의 마음을 얻을까? 그는 “정성과 사랑을 통해 얻는다.”고 했다.

그는 “인생은 두 가지 여행이다. 삶이라는 여행과 죽음이라는 여행이다. 삶이 시작되면 죽음도 시작된다.”면서, “죽음은 삶의 결과다. 그래서 사랑의 삶을 살아야한다.”고 말했다.

그는 프랑스 ‘빈자의 아버지’ 피에르 신부의 말을 소개했다. ‘삶이란 사랑하는 법을 배우기 위한 얼마간의 자유시간이다.’ 그는 “삶은 ‘얼마간의’ 시간이다. 이 짧은 시간에 사랑하는 법을 배우자.”고 했다. 

<풍경 달다>
- 정호승

운주사 와불님을 뵙고
돌아오는 길에
그대 가슴의 처마 끝에
풍경을 달고 돌아왔다
먼 데서 바람 불어와
풍경소리 들리면
보고 싶은 내 마음이
찾아간 줄 알아라 

정 시인은 이 시는 ‘관계’에 대한 시라고 소개했다. 바람과 풍경과의 관계다.

‘풍경’이라는 존재가 아름다운 소리를 내기 위해서는 ‘바람’이라는 존재가 있기 때문이다. 바람이라는 존재는 풍경에 의해 드러난다.

정 시인은 “자신에게 그런 관계에 놓인 그 존재가 누구인가?”라고 물으면서, “그 존재를 위해 삶에서 사랑을 다해라.”고 말했다.

정 시인은 자신의 컴퓨터 바탕화면에 헨리 나우웬의 말이 적혀 있다고 소개했다. ‘관계가 힘이 들 때 사랑을 선택하라.’

그는 “관계는 우리 존재의 기초다. 관계의 그물망에서 벗어나서 살 수 없다.”면서, “관계의 본질은 고통이다. ‘관계가 힘들 때마다 사랑을 선택하라’는 말을 떠올리면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 
- 정호승

나는 그늘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그늘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한 그루 나무의 그늘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햇빛도 그늘이 있어야 맑고 눈이 부시다
나무 그늘에 앉아
나뭇잎 사이로 반짝이는 햇살을 바라보면
세상은 그 얼마나 아름다운가

나는 눈물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눈물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한 방울 눈물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기쁨도 눈물이 없으면 기쁨이 아니다
사랑도 눈물 없는 사랑이 어디 있는가
나무 그늘에 앉아
다른 사람의 눈물을 닦아주는 사람의 모습은
그 얼마나 고요한 아름다움인가 

이 시에서 그늘과 눈물은 고통을 의미한다고 했다. 정 시인은 “젊었을 때는 내 인생에 고통이 없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면서, “그러나 고통이 없는 삶은 없다. 고통이 있어야 생명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고통에서 해방될 수는 없다. 그래서 고통이 없기를 바라는 것은 어리석다. 고통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죽음의 수용소에서’의 저자 빅터 프랭크의 말을 소개했다. ‘고통은 그 의미를 찾는 순간 더 이상 고통이 아니다. 의미 없는 고통은 없다.’

그는 데뷔 44년차의 ‘스타’ 시인이다. 12권의 시집을 내고 1,000여 편의 시를 썼다. 그는 그 중에서 자신의 가슴에 가장 남는 시로 <산산조각>을 꼽았다. 

<산산조각>
- 정호승

룸비니에서 사온
흙으로 만든 부처님이
마룻바닥에 떨어져 산산조각이 났다
팔은 팔대로 다리는 다리대로
목은 목대로 발가락은 발가락대로 
산산조각이 나
얼른 허리를 굽히고
서랍 속에 넣어두었던 순간접착제를 꺼내 붙였다
그때 늘 부서지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불쌍한 내 머리를 다정히 쓰다듬어주시면서
부처님이 말씀하셨다
산산조각이 나면
산산조각을 얻을 수 있지
산산조각이 나면
산산조각으로 살아갈 수 있지 

그는 너무 부서지지 않으려고 애쓰지 말자고 했다. 부서지는 것의 의미, 고통의 의미를 찾자는 말이다.

<수선화에게>
- 정호승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갈대숲에서 가슴검은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고
네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
산 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번씩 마을로 내려온다
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 퍼진다 

정 시인은 “누구를 사랑하면 외롭다. 사랑받지 못해도 외롭다.”면서, “외로움은 삶의 본질이다. 외로움을 뼈저리게 느끼면서 살아가는 것이 바로 삶이라는 것을 받아들여야한다.”고 했다.

정 시인의 두 번째 강연은 4월 21일(목) 오전 7시 부경대 미래관 2층 소민홀에서 이어진다. <부경투데이>


△ 행복 인문학 콘서트 전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