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 부경대학교

검색

커뮤니티

 

부경투데이

  • 국립 부경대학교의 다양한 모습과 소식을 접하시면 부경대학교가 한번 더 가까워집니다.
작성자,작성일,첨부파일,조회수로 작성된 표
퇴직 11년 만에 강사로 학교 온 노신사의 말은?
작성자 대외협력과 작성일 2018-01-26
조회수 1316
첨부파일
작성자,작성일,첨부파일,조회수로 작성된 표
퇴직 11년 만에 강사로 학교 온 노신사의 말은?
대외협력과 2018-01-26 1316




강연을 마친 그가 청중들에게 물었다. 저의 강연이 도움이 되겠습니까? 청중들은 짐짓 큰 소리로 화답하며 응원을 보내 주었다. 예에!


△ 채선일 전 과장. ⓒ사진 이성재(홍보팀)
이 강사는 채선일 전(前) 부경대학교 과장, 200여명의 청중은 부경대 직원들이었다.

채 강사는 36년 동안 근무했던 부경대를 지난 2007년 퇴임했다. 퇴임 이후 후배들 앞에서 그가 강연을 한 것은 이날이 처음이다. 퇴임 교직원 중에서 이처럼 학교로 와 대중 강연을 한 이는 이날 그가 처음이다.
 
그런데 강사나 청중이나 모두 긴장해 있었다. 1월 25일 오후 부경대 직원들을 대상으로 직장교육이 열린 부경대 대학본부 2층 대회의실.

퇴임 후 11년 만에 후배들 앞에 공개적으로 서게 된 그는 이날 다소 긴장해 있었고, 그를 지켜보는 후배들도 선배가 부디 큰 실수 없이 강연을 잘 마무리하길 기대하며 가슴 조여하고 있었다.
 
그의 강연 제목은 ‘스마트폰 100% 활용하기’였다. 그런데 후배들의 관심사는 그의 강연 내용보다(이런 주제의 내용은 이미 잘 알고 있는 후배도 많을 테니까), 강연 내내 ‘퇴임했던 그가 어떻게 이렇게 멋진 모습으로 돌아와 이 무대 위에 서게 됐을까?’였을 거 같다.

올해 72세인 채 강사는 재직 때의 건강한 모습을 잘 유지하고 있었다. 납작한 복부와 가녀린 몸매를 가진 그는 얼굴에 약간의 검버섯이 아니라면 60대 초반의 모습이라 할 수 있었다.
  


△ 대학본부 2층 대회의실에서 강연하고 있는 채선일 전 과장.
지역사회를 위해 지식봉사를 하며 건강하게 노후를 즐기는 삶. 이것이 직장인들의 은퇴 이후의 희망이라면, 그는 그 롤 모델이었다.

그 사이 과장님께 무슨 일이 생긴 겁니까? 강연 후 부경투데이가 채선일 과장을 따로 만났다.

그는 말했다. “퇴직하고 실컷 놀면 참 좋을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더란 말이죠!”

아니 이게 무슨 말?

퇴직 후를 대비해 악기도 배우고 MTB도 장만했던 그였다. 그런데 1년여 그렇게 놀아보니까 허전함이 몰려왔다고 한다.

이기대 벤치에 자전거를 기대놓고 바다를 바라보면서 든 생각. “지금 내가 뭘 하고 있지? 평생 국가 녹을 먹고 살아왔는데, 이렇게 의미 없이 시간을 보내다니!”

그는 재직 때 사진촬영과 동영상 편집이 취미였다고 한다. 그래서 컴퓨터를 다루는 일에는 자신이 있었다. 

그는 노인과학연구소라는 단체를 찾아가 컴퓨터 교육을 받고, ‘선생님은 배우기보다 가르치셔야하겠습니다’는 그곳 강사들의 권유로, 2008년부터 본격 강사로 나섰다고 한다.

이때부터 학생에서 강사로 변신한 그는 부산 남구도서관, 수영구 복지관 등에서 65~70세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인터넷 기초과정’ ‘컴퓨터 활용과정’ ‘스마트폰 활용’ 등을 교육하고 있다. 벌써 10년째!

“명강사로 이 지역에 소문 좀 나있죠.” 겸연쩍게 말했지만 그의 표정에는 자신감이 넘쳐보였다.

어떤 점이 좋은가요?

“보람을 느낍니다. 연세 많으신 분들이라서 이해 속도가 늦지만, 동배이거나 후배인 그들의 심정을 너무 잘 알기에 가능한 그들의 눈높이에서 설명하는데, 그러면서 그들과 대화하고 교감하며 오히려 제가 삶의 다른 측면을 배우게 되고 마음이 더 깊어지는 걸 느낍니다. 이것이 좋은 점이죠.”

지나가는 말인 듯, 그는 “재직할 때 열심히 한다고 했지만, 퇴직하고 나니 좀 더 최선을 다해 잘할 걸 하는 생각이 들어요.”라고 말했다. 

그는 강연 탓에 목이 좀 쉰듯했다. 이제 그를 놓아주어야했다.

과장님. 그 때 잘 하셨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잘하고 계십니다. 아무렴요. 오늘 멋져보이셨어요ㅋ. 내내 건강하시고요. Go, Chai!~ <부경투데이>


△ 강연이 열린 대회의실 전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