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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꿈꾼 유토피아는 어떤 것이었나?
작성자 대외협력과 작성일 2018-09-20
조회수 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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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꿈꾼 유토피아는 어떤 것이었나?
대외협력과 2018-09-20 445




△ 강연하고 있는 심경호 교수. ⓒ사진 이성재(홍보팀)
문헌학자인 그는 1985년 일본 텐리(天理)도서관 서고에서 처음 ‘몽유도원도’를 접한 후 ‘안평’이라는 인물에게 빠져들었다.

그리고 그는 33년만인 지난 3월 장장 1,600페이지에 달하는, ‘몽유도원도와 영혼의 빛’이라는 부제를 단 노작 ‘안평’을 출간한다.

바로 20일 오전 7시 부경대학교 미래관 2층 소민홀에서 열린 부경CEO행복인문학콘서트의 58번째 강의를 맡은 심경호 교수(고려대)의 이야기다.

이날 강의의 주제가 바로 안평대군이었다. 그동안 알려진 안평의 초상은 어땠을까?

안평은 세종의 셋째아들로 태어난 대군의 신분으로 고전문학 연구자와 서예가들이 칭송하듯 한시에 뛰어나고 명필이었다. 형인 수양대군이 당대의 권력을 지닌 문사들과 친밀한 아우 안평을 시기해 정난을 일으켜 제거했다는 것이 역사가들의 평가다.

심 교수는 “이에 더해 왕자로서 시대의 문화를 ‘총괄’한 이가 바로 안평이었다.”면서, “그의 인품과 예술의 세계의 키워드는 복청백(伏淸白)이다.”고 분석했다. 복청백은 청백함을 지킨다는 의미.

그는 “안평이 당대 최고의 화원인 안견에게 꿈속에서 본 무릉도원을 그리게 했는데, 그것이 우리들이 알고 있는 ‘몽유도원도’이며 거기에 안평이 ‘도원기’를 썼다.”고 말했다.

심 교수는 “그 도원기에서 안평은 꿈이란 무엇인가를 우리에게 묻고 있다. 꿈이란 낮의 잔상이라면 한낮 궁중의 일로 바쁜 나에게 한가로운 세계인 도원도는 왜 나타는가를 묻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세속의 뜨거운 세계, 욕망이 분출되는 세계를 떠나고 싶었던 것이다. 꿈은 잔상이 아니라 희망일 수 있다. 일탈과 자유에 대한 꿈일 수 있다.”면서, “안평의 꿈은 바로 청백의 세계 만드는 것.”고 했다.


△ 안견의 몽유도원도.

심 교수는 당시 한시(漢詩)는 아무나 지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고 했다. 각운, 높낮이 배열, 구간의 규칙 등을 익혀야했고, 4만자에 달하는 한자와 이의 106가지 분류를 머릿속에 꿰뚫고 있어야해 오랜 숙련기간이 필요했다.

심 교수는 “그러나 안평은 한시공부를 철저히 했다. 안평은 집현전 학자들과 대등하게 한시를 주고 받을 수 있는 문학적 재능이 뛰어난 인물이었다. 아버지 세종의 뜻에 따라 훈민정음 동국정운 용비어천가 등의 편찬과 고전연구, 불교행사 등 세종의 많은 일들을 도왔다.”고 했다.

그는 “그런 안평은 아버지 세종에게 너무나 사랑스러운 왕자였을 것이다. 왕자 중 안평에게만 당호를 내렸는데, 그것이 비해당(匪懈堂)이다.”고 했다.

심 교수는 “‘비해당’은 시경에 나오는 말로 ‘부모에게 효도하기를 게을리 하지 말라’는 뜻이나 정치적으로 큰일을 하라는 암시일 수도 있었다.”고 했다.

심 교수는 “이런 상황은 정권 야욕자인 그의 형 수양대군을 긴장시켰을 것이다. 안평이 정권을 잡으려한다는 의심을 살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문학예술 모임은 근대 이전에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현대에서도 흔히 정치행위로 간주된다.”면서, “그러나 안평대군처럼 과도하게 정치적으로 해석되고 개인의 파국 또한 그리 처참한 예도 그리 많지 않다.”고 말했다.

그렇게 안평은 사사(賜死)된다. 그의 나이 35세(1418 ~ 1453)였다.

청백의 순수예술 세계를 꿈꾸던 안평대군의 유토피아는 어떤 것이었을까?   

- ‘금 재갈 물린 말이 방초의 땅에서 울고, 옥 누대의 사람은 행화 계절에 취해 있다’는 것은 중생의 마음이지만, ‘옥 누대의 사람은 행화 계절에 취해 있고, 금 재갈 물린 말이 방초의 땅에서 운다’라는 것은 정각(正覺)의 체이다.

이 글은 안평대군의 ‘재송엄상좌남귀서’에 나오는 이 글이다. 이에 대해 심 교수는 “진정한 깨달음을 얻은 사람이란 순수한 본성에 도달해 대상(천지만물)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진 사람을 말하는 것 아닐까 한다.”고 말했다. 안평이 지향한 세계일 것이다.

‘대동시선’이라는 책에 실려 있는 안평대군의 시다.

만 첩 청산은 멀고
세 칸 백옥은 가난하다
대숲에 까막까치 우는 저녁
개 한 마리, 귀가하는 사람 반겨 짖네

이 시의 제목은 ‘각로의 화폭에 쓰다’이다. 안평이 당나라 유우석의 시를 차용해서 각로에게 쓴 것.

심 교수는 “각로는 재상이나 집현전 학사를 가리키는듯한데 누구인지를 알 수 없다. 그(각로)는 귀한 신분이면서도 이익과 권세에 미련을 두지 않아 초야에 사는 듯한 경지를 추구했다.”면서, “그것은 안평대군 자신도 스스로에게 바라는 이상이었다. 이 시는 안평대군 자신의 맑고 흰(淸白) 정신세계를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고 말했다. <부경투데이>


△부경CEO행복인문학콘서트 행사 전경.

△ 부경CEO행복인문학콘서트 참석자들이 강연 후 단체 기념촬영하고 있다. 


△ 심경호 교수가 펴낸 ’안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