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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문이 뛴다|이성우 부산광역시건축사회장
작성자 대외협력과 작성일 2013-04-01
조회수 17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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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문이 뛴다|이성우 부산광역시건축사회장
대외협력과 2013-04-01 1772



그의 첫인상은 단정했다. 헤어스타일도 그랬고, 옷매무새, 몸짓이나 자세도 흐트러짐이 없었다. 그의 좌우명(오늘 일을 내일로 미루지 말자!)까지도.

인터뷰를 마칠 즈음, 그의 인상은 열정적이었다. ‘건축은 얼어붙은 음악이다’고 한 괴테의 멋진 말을 빌려 말하면, 혹시 그에게 건축은 ‘얼어붙은 시(詩)’가 아닐까 하고 생각될 정도로 그는 시와 건축에 뜨거운 애정을 가지고 있었다.

건축사이자 시인인 부산광역시건축사회 회장 이성우 동문(부경대 건축학과 졸업‧61세) 이야기다. 그는 2010년 ’문학도시’ 신인상(시 부문)에 당선했다.

먼저 그의 시 한편을 읽어보자. 제목은 「불타는 사랑」.

‘모아두었던 묵은 편지를 태운다/편지지 갈피를 넘기던 불길이/사무친 사연을 읽고 맹렬해진다/한때 불타던 사랑/불타고 있다’

불길의 입장이 되어 편지지를 넘기고, 사연을 읽고, 대책 없이 가슴이 더 뜨거워져버린 시인의 불콰한 얼굴이 떠오른다. 그렇다. 그는 이런 서정시를 쓰는 건축사다. 1982년부터 건축사 일을 시작해 올해로 이력 30년을 넘긴 백전노장이다. 부산 사직동 야구장 앞에 그가 대표로 있는 영탑종합건축사사무소가 있다. 연산자이, 사직자이, 동래SK 등 주로 아파트 설계 일을 하고 있다.


△ 부산광역시건축사회장 이성우 동문. ⓒ이성재 사진(홍보팀)
봄빛이 턱까지 차오른 3월 26일 오후 그를 만났다. 부산 부산진구 범천1동 건설회관 10층에 있는 부산시건축사회 사무실에서였다. 사무실에는 난 화분이 많았다. 3월 19일 그가 2년 임기의 25대 대한건축사협회 부산광역시건축사회 회장에 재선출된 것이다. 전체 회원이 731명인데 그 중 478명이 참석한 정기총회에서 73%의 압도적 지지를 받았다. 그만큼 그는 건축사 사회에서 신임이 두텁다.

그래서 그의 어깨는 무겁다. 부산을 비롯 전국적으로 건축사 수는 해마다 급증한다. 그러나 건축은 점점 더 대형화하고 있다. 건축사 일감이 줄고 있는 것이다. 건축사 위상 제고가 시급한 과제다.
그는 “집을 짓거나 고치려면 먼저 건축사를 찾아 달라.”고 말했다. 집을 지으려는 사람들이 건축사를 찾지 않고, 근처에 집 짓는 공사를 하고 있는 시공사인 건설업자를 찾아간다는 것이다.
그는 “그러면 건축사와 대화가 안 돼 집주인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기 어렵다.”면서, “아프면 의사를 찾아가듯이 집과 관련된 문제는 건축사를 찾아가 의논해야한다.”고 말했다. 어려워하지 말고 건축사를 충분히 활용해달라는 것이다.
도시인의 로망으로 떠오른 ‘세컨드 하우스’ 준비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생활패턴이나 경제사정 등을 처음부터 건축사와 깊이 의논해야 자신이 원하는 집을 지을 수 있다는 것. 

건축물 주치의 제도? 좀 생소하지만 부산광역시건축사회 회장으로서 그가 계획하고 있는 프로그램이다. 그는 “외국의 경우 배관 하나 고쳐도 다 표시되는데, 우리의 경우는 A가 지어놓은 건물을 인수한 B는 그 하자보수 내역 같은 건물의 이력을 거의 모르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이런 현실을 조금이라도 개선해보자는 것이다. 건축물이란 개인재산이기도 하지만 사회의 공공재이기도 하니까, 건축사와 건물을 연결해 건축사가 사회봉사 차원에서라도 주치의처럼 일정 건물을 관리하자는 것이다. 이처럼 시민과 함께 도시의 건축문화를 가꾸어가고 싶은 것이 그의 소망이다.

시를 쓰는 건축사라서 그런지 그는 건축 이야기를 하다가 자꾸 시 쪽으로 도망갔다. 몇 번이나 그런 그를 돌려세웠지만, 한참 있다 보면 다시 시 속이었다. 천성적으로 대화를 좋아하는 그는 시와 건축을 신나게 넘나들면서 시 속에 건물을 짓고 건물 속에 시를 지었다. 


△ 이성우 동문의 시집 『묶여있는 길』(2012, 세종출판사)
최근 나온 그의 첫 시집 『묶여있는 길』에는 건축물을 소재로 쓴 시가 많다. 「 폴 인 커피에서」도 그 중 하나. 이 시는 부산 다대포 아미산전망대에 있는 커피숍에서 아미산전망대의 아름다움을 노래한 시다. 이 전망대는 2011년 부산다운 건축상 대상을 받은 건축물이다. 

‘다대포 아미산, 중턱/ 묽은 어둠을 타고 저녁이 차오르는 사이 /날갯짓 내려놓고/겹쳐지는 하루의 행간을 읽는/작은 새 한 마리/마주앉은 차 한 잔에 눈시울 적시고 있어(중략)’

그의 집은 다대포에 있다. 집에서 사무실이 있는 사직동까지 차로 40분쯤 걸린다. 그는 이 출퇴근 시간이 좋다고 한다. 차창으로 스쳐가는 사물에서 시를 건져냈다 풀어주고, 그 풍경에 건축물을 올렸다 허무는 시간이다. 이런 습관으로 사물을 더 열심히 깊게 보게 되고, 시나 건축의 소재가 많아지고, 감성은 더 풍부해진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그러면 클라이언트에게 더 적극적으로 다가갈 수 있게 된다고 했다.

시가 건축에 어떤 도움이 되는 걸까, 아니면 건축이 시에 어떤 도움이 되는 것일까? 그는 에둘러 답했다. “‘맛있는 사람’이라는 말을 이해할 수 있나요? ‘나는 그녀를 만나면 맛있다.’는 말.”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언어가 전달할 수 없는 것을 건축이나 시는 할 수 있으니까. 그 창조적 변주와 변용이야말로 그가 ‘살아있는 촉’으로 쉼 없는 관찰과 사색을 통해 사물에서 읽어낸 것이리라. 그런 풍성하고 빛나는 질감이 지금까지 그의 건축과 시를 완성해왔을 것이다.

후배들에게 한 마디를 요청하자 그는 ‘경험’을 강조했다. 그는 “경험한 만큼 할 수 있다는 것을 삶을 통해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건축사뿐만 아니라 어느 분야든지 인문학 책에서 생각의 폭을 넓히고, 여행을 통해 많이 보고 또 느끼는 것이 자신의 일을 더 잘할 수 있게 하는 소중한 밑천.”이라고 강조했다.<부경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