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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 CEO 200명이 고민한 질문은?
작성자 대외협력과 작성일 2017-09-07
조회수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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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 CEO 200명이 고민한 질문은?
대외협력과 2017-09-07 1103



△ 강연을 펼치고 있는 박동규 교수. 사진ⓒ이성재(홍보팀)

박목월(1915~1978)의 시 「나그네」는 어떤 배경에서 탄생했을까?

박 시인의 아들 박동규 서울대 명예교수(78). 그가 7일 오전 7시 부경대 미래관 2층 소민홀에서 열린 ‘부경CEO행복인문학콘서트’ 7강에서 밝힌 ‘그 특별한 사연’이 강의실에 자리한 200여명의 부·울·경 CEO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었다.

나그네

- 박목월

강나루 건너서
밀밭 길을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길은 외줄기
남도 삼백 리

술 익는 마을마다
타는 저녁 놀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이 시는 박 시인의 초기작이다. 그의 아들 박 교수가 이 시를 낭송한 뒤 “젊은 시절 아버지는 은행원으로 근무한 적이 있는데, 착오로 어떤 고객에게 10만원 대신 100만원을 인출해주는 바람에 3년 동안 월급의 3분의2를 은행에 갚아야했다.”고 사연을 꺼냈다.

이 때문에 박목월 시인은 돈이 없어서 매일 30리길을 걸어서 출퇴근했다고 한다. 어느 날 퇴근길, 논두렁 진흙길 위에 찍힌 자신의 발자국을 발견했는데, 자세히 그 발자국을 들여다보니 ‘발금’이 보이더라는 것.

맨발바닥이 찍힌 것이다. 맨발바닥이 찍혔다는 건, 신발 밑창이 닳았다는 뜻.

박 교수는 “그 고된 일상 속에서 우연히 자신의 맨발자국을 발견한 후 ‘술 익고 저녁놀이 아름다운 마을’로 가서 살고 싶어 하신 아버지의 간절한 마음이 담겨 있는 시가 「나그네」.”라고 말했다.

그는 “해보고 싶은 꿈이 전망이고, 전망은 사람을 사람답게 만든다, 사람에겐 그런 전망이 있어야한다.”고 말했다.

그는 “인간의 삶을 지탱하는 것이 생명이고, 우리는 인간의 생명으로 자리잡아야한다.”면서, “그러기 위해 그 생명의 ‘의미’를 끊임없이 해독하는 삶을 살아야한다.”고 말했다.

그는 “‘의미’에 관심이 없기 때문에 사람들은 ‘나는 어떤 사람인가?’, ‘우리 집은 어떤 집인가?’를 모른다.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 바람이 있어야한다, 나의 의미와 우리 집의 정체성을 만들어가는 삶이 되어야한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어린 시절의 크레용 일화를 통해 아버지 박목월이 가장이던 집안 분위기를 전했다.

어린 동규가 그 때 어머니께 한 말.

- 어머니, 선생님이 미술시간에 쓸 크레용을 가져오라고 했어요.

그 때 그걸 사줄 형편이 못 되었던 어머니가 자신의 손을 꼭 잡고 말씀하시더란다. 아버지가 시를 쓰면서 쌓아둔 파지 위에 맞잡은 손을 올린 채.

- 글 쓰는 집은 크레용 못 사준다!

그는 “나는 글 쓰는 집은 원래 다 그런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인지 어린 시절 가난에 찌들어 살았는데도 그 때나 지금이나 가난에 대한 원망은 없다. 나는 가난했지만 ‘찬란한 빛’을 보며 살았던 거 같다.”고 말했다.

그는 “그림을 보더라도 그 그림을 누가 그렸고 시대배경이 어떻고 하는 ‘지식’보다 그림을 느낄 수 있어야한다. 느낄 수 있어야 자기를 변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사람들이 ‘살아간다’는 말에서 우리는 ‘간다’를 잊어버리고 있다고 했다.

그는 “‘간다’는 것은 지향이다. 주어진 시간, 자연의 시간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자신이 만들어가는 기간, 인위적 시간이다.”고 말했다.

그는 “‘나’라는 존재는 생명가치 있는 어떤 것을 해보았는가? 아파트 평수 넓히다가 인생 다 보내고 있는 것 아닌가? 뭘 만들어 보아야하지 않겠는가?”라면서, “너무 아무 것도 안하고 산다. 제발 뭘 좀 하는 사람이 되자.”고 강조했다.

강연 막바지에 그가 소개한 어머니에 대한 에피소드도 가슴 먹먹한 것이었다.

그는 어느 날 늙으신 어머니한테 물었다 한다.

- 어머니. 어머니는 인생에서 언제 가장 행복하셨나요?

- 어느 날, 큰 수술 후 깨어나 눈을 떴는데, 병실의 커다란 유리창 너머에 너의 아버지(박목월)가 손에 시든 장미 한 송이를 들고, 나 죽을까봐 발발 떨고 있는 모습을 보았을 때!

박 교수가 들려준 이 에피소드는 이렇게 묻는 거 같았다.

‘당신은 언제 가장 행복하셨나요?’
‘당신은 당신의 당신에게 어떤 행복을 주셨나요?’
<부경투데이>